2002년 6월을 뜨겁게 태웠던 월드컵의 불꽃은 프로축구 그라운드에 고스란히 옮아붙었다. 7일 개막한 프로축구 2002삼성파브 K리그. 이날은 83년 프로축구가 출범한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날이었다. 전국 4경기에서 모두 12만3189명의 관중이 입장해 4경기만이 벌어졌음에도 역대 최다 하루 관중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전 기록은 95년 4월1일 열렸던 아디다스컵대회(4경기)의 10만1124명. 3만797명의 한 경기 평균 관중도 당연히 역대 최다.
이런 열기에 선수들은 화끈한 골 잔치로 화답했다. 이날 4경기에서는 12골이 터져 관중을 열광시켰다.
소속팀으로 돌아간 15명의 ‘태극 전사’ 중 5명이 경기에 나섰다. 부산 구덕운동장에서는 부산 아이콘스 이민성이 선발로 출전했고, 송종국이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울산 현대에서는 현영민이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전주에서는 전북 현대의 최진철이 선발로, 안양 LG의 최태욱이 교체로 나와 관중의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올 시즌 K리그 첫 골은 월드컵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터졌다. 전반 9분, 전북 박동혁이 전경준의 센터링을 받아 헤딩골을 성공시킨 것. 전북은 후반 37분 안양 뚜따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2분만에 추운기가 다시 골을 넣어 2-1로 승리했다.
성남 경기는 이날 경기 중 백미였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 끝에 성남 일화가 ‘펠레 스코어’ 3-2로 포항스틸러스에 역전승을 거둬 홈 팬들을 흥분시켰다.
포항은 코난의 재치 있는 골로 첫 득점을 신고했다. 이승엽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넘겨준 공을 코난이 왼발로 성남 골키퍼 김해운의 머리를 넘겼다.
거센 반격에 나선 성남은 후반 3분 신태용이 왼발 중거리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포항은 후반 12분 하석주의 인터셉트와 단독 드리블에 이은 정확한 패스로 코난이 다시 1점을 추가해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후반 37분 신태용에게 동점골, 후반 42분 김상식에게 역전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부산에서는 울산이 2-1 승리. 울산은 박진섭의 그림 같은 다이빙 헤딩골로 기선을 잡은 뒤 후반 5분 파울링뇨가 부산 골키퍼 김용대의 실수를 틈타 추가골을 넣었다. 부산은 후반 13분 우성용이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더 이상의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광양 홈구장에서 대전시티즌을 상대한 전남드래곤즈는 전반 31분 박종우의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뽑아 1-0으로 이겼다. 특히 전남-대전 경기전 열린 전남 소속의 국가대표 김태영 김남일의 팬사인회에는 2000여명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뤄 월드컵 4강 주역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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