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인 블랙(Men In Black·MIB). 지구에 정착한(또는 침범하려는) 외계인을 관리하는 미국의 비밀 기관 MIB의 토미 리 존스-윌 스미스 콤비가 5년 만에 ‘맨 인 블랙 2’로 다시 등장한 것.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지구에 외계인이 살고 있다는 ‘X-File’적인 설정과 말썽꾸러기 유령을 잡는 ‘고스트 버스터’같은 코믹 액션. 세계에서 6억 달러의 수입을 올린 전편에 이어 2편인 ‘맨 인 블랙2’는 보다 강력해진 특수효과와 유머로 무장했다.
영화 상세정보 | 동영상 |
맨 인 블랙2 | 예고, 뮤비 |
▽무섭지않은 외계인, 88분의 웃음 폭탄〓중견 MIB 요원으로 성장한 제이(스미스)는 어느날 MIB에게 빼앗긴 ‘자르다의 빛’을 되찾기위해 지구에 와 MIB 본부를 쑥대밭으로 만든 외계인 설리나(라라 플린 보일)를 상대한다. 혼자 힘으로 부치자, 1편 막바지에 기억을 지우고 시골의 우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스승 케이(존스)를 찾아가 MIB에 다시 합류할 것을 권한다.
‘맨 인 블랙2’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힘은 강력해졌다. 하지만 메두사처럼 손가락에서 뱀을 뿜어대는 설리나는 고급 언더웨어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델을 원형으로 섹시한 속옷 모델로 둔갑한 외계인. 그만큼 1편에 등장한 ‘좀비’(초자연적 힘으로 되살아난 시체)같은 바퀴벌레 외계인과는 달리 세련되고 무섭지않다.
이렇게 ‘맨 인 블랙2’는 ‘B급 영화’적인 캐릭터를 내세웠던 1편보다는 편안하고 다양한 외계인으로 가벼운 웃음을 이끌어낸다. 제이-케이 콤비의 ‘주적’ 설리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외계인은 ‘이웃 사촌’이다.
케이가 일하던 우체국 직원들이 외계인임을 증명하기위해 제이가 랩에 가까운 외계인 말로 지껄이자 외계인들은 ‘인간의 탈’을 벗고 함박 웃음을 짓는다. 고속 우편물 처리기 안에는 팔이 여러개 달린 외계인이 손수 편지를 분류하고 있을 정도.
유명 연예인들이 외계인이라는 설정도 여전해, 팝스타 마이클 잭슨은 직접 출연해 그동안 동료 외계인의 정보를 알려준 대가로 자기 이름을 딴 ‘M’요원으로 승격시켜줄 것을 MIB에 요청하기도 한다.
▽조연의 ‘리사이클링’〓‘맨 인 블랙2’는 이전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했던 조연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해 웃음을 더한다.
가장 도드라지는 조연은 제이의 또다른 단짝인 외계인 강아지 ‘프랭크’. 외계인 통제 요원 프랭크는 “여자 인간을 넘보지말라”는 제이의 비아냥에 ‘종(種) 차별적 발언’이라며 맞서고, 그룹 ‘바하멘’의 히트곡 ‘후 렛 더 독스 아웃’(Who Let The Dogs Out)의 후렴구에 맞춰 짖어대며 쉼없이 지껄인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리썰웨폰’ ‘나 홀로 집에’에서 주인공들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걸던 조연 전문 조 페시의 복사판”이라고 평했다.
설리나를 돕는 두 머리 달린 외계인도 ‘오스틴 파워’의 악당이 만든 미니어처 쌍둥이 ‘미니 미’처럼 ‘주 머리’가 말하면 ‘보조 머리’가 뒤 따라 사족을 단다.
▽탄탄해진 흑백 버디〓‘맨 인 블랙2’의 흑백 버디는 이전 할리우드의 ‘선배 버디’보다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흑백 버디는 ‘리썰웨폰’ 시리즈의 멜 깁슨-대니 글로버, ‘다이하드3’의 브루스 윌리스-사무엘 L.잭슨 버디가 선배 격. 하지만 이들 시리즈에서 흑인은 여성 파트너의 ‘대체재’적인 성격이 짙었고 무게 중심은 백인에게 쏠렸다.
하지만 ‘맨 인 블랙2’는 흑백 콤비에게 각각의 캐릭터와 고유의 임무를 ‘독립적’으로 부여하면서 시너지를 이끌어낸다. 케이는 기억을 되살려준 제이를 이전의 ‘풋내기’가 아닌 엄연한 동료로 받아들이며 설리나를 상대한다. 제이가 풋내기들은 만질 수도 없는 전자총을 손수 골라 “당신이 즐겨 쓰던 것”이라며 건네주기도 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11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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