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월가에서 이렇게 일갈한 사람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그가 ‘흔들리는 미국 주식회사’를 바로 세우자면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몇 가지 대책을 들고 나왔지만 시장은 냉담하다. 주가로 채점하자면 다우존스지수는 연설 당일 1.93% 하락했다. 공교롭게도 연설 시간대의 주가그래프 모양은 역 V자였다. 연설 다음날인 10일 새 스캔들이 또 터졌다. 다우지수는 3.11% 더 떨어져 9000선이 무너졌다. 투자자들은 돈 깨지는 것이 지겨워 백기를 들고 시장을 떠난다.
연설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매섭다.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최고경영자(CEO)들로 내각을 채운, 정유회사 이사 출신 정치인’이란 표현이 나온다. 그런 대통령이니 재계 비리를 얼마나 파헤칠지 뻔하다는 거다. MSNBC 방송은 “부시 대통령의 과거가 개혁 막는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신문 기사제목들, ‘말보다 행동’이란 TV대담프로들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는 “연설에서 대통령은 엔론, 월드컴, 아서앤더슨 등 기업 이름은 꺼내지 않았다”며 “회사 이름을 열거하면 대통령 자신이 의혹 주체인 하켄에너지 문제를 상기시킬까봐 그랬다”고 지적했다.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부시 대통령이 몸으로 막았지만 스캔들기사 투성이인 경제면엔 하루치만 다른 기사가 실린 셈이다.
그렇지만 미국산 최고 수출품 중의 하나인 ‘미국식 자본주의’의 경쟁력이 급락하는 마당에 무언가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도 없는 일. 게다가 국내적으로 ‘경제 관리를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평판 때문에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연설을 하는 데는 정치적 고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이번 연설에 관여한 칼 로브 백악관 정치담당고문은 ‘기업개혁 이슈는 반향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멀리 나가면 위험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응했다고 한다. 연설에 앞서 “연방검찰의 조사나 주주들의 소송에 시달릴까 두렵다”는 CEO들의 목소리도 거셌다.
그게 이번 연설이 가진 본래적 한계였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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