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증시]미국내 투자전문가 3명의 美증시 전망

  • 입력 2002년 7월 11일 19시 03분


【미국 증시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머랠리를 기대하고 있으나 최근 미국 주가는 간헐적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가 계속 빠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연이어 터지는 회계부정 스캔들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미진한 대응, 달러 약세, 기업실적 부진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다만 언제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외신에 나타난 미국 투자전문가 3명의 증시 전망을 정리했다.】

▼회계 스캔들로 더 떨어진다▼

▽스티븐 로치(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올해 말까지 주가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회계부정을 저지른 대부분의 회사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아오던 기업들이고 부시 행정부가 업계의 자정노력을 지지하는 선에서 회계스캔들을 마무리지으려고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회계원칙이 강화되면 향후 발표되는 기업들의 실적은 더욱 나빠질 것이고 이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몰고 올 것이다. 주가 하락은 기업들의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해온 소비지출과 주택수요의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이 가장 손쉬운 비용절감책으로 인원 감축을 계속 고집하면서 실업률도 상승하고 있다.

이 모든 요인을 고려할 때 올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바닥(Double Dip)’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40% 정도 된다. 올 하반기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으며 오히려 추가 인하 가능성이 40∼50%를 웃돈다. 지난해 4·4분기와 올 1·4분기에 상승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2·4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거품해소 과정 당분간 침체”▼

▽에드워드 커시너(UBS워버그증권 국제담당 수석분석가)〓미국 증시는 아직 1990년대 말 형성됐던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 있다. 당시 미국 증시를 활황으로 몰고 갔던 요인들이 이제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가 하락은 지출 둔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해외시장으로부터의 자본유입 감소는 달러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이 때문에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에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거품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낮은 성장률, 낮은 금리, 낮은 투자수익률을 감수해야만 한다.

회계부정스캔들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지만 현재 8,800∼8,900선인 다우존스지수를 8,000선 이하로까지 떨어뜨릴 만큼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 회계부정은 직접적인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을 연기 또는 무산시키면서 금융시장을 압박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최대한 올리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자본을 유지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까지 맥을 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현금 보유 비중을 20%까지 늘리도록 권고하겠다.

▼“각종지표 문제없어 곧 상승”▼

▽로버트 실러(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올 3·4분기부터 증시는 점차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 3개 대형기업의 실적이 큰 폭으로 향상된다면 주가 상승반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이상 회계부정스캔들이 터지지 않고 정부가 좀더 강력한 기업개혁안을 추진한다면 투자자들은 점차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제지표가 특별히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계속 추락하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부조화’는 약세장이 끝나갈 때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증시 상황이 조만간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1999∼2000년과 같이 주요 지수들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활황은 오기 힘들 것이다. 다우지수가 10,000선을 넘는 시대는 앞으로 20년이 지나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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