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이 끝난 직후 개막된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핀란드에서는 일단 코리아의 달라진 위상을 기분 좋게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 100여개에 가까운 출전국 선수들로부터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축하 받느라 바빴다. 한국대표팀 주니어 선수 가운데 몇 명은 월드컵 때 전국을 휩쓴 붉은 티셔츠를 훈장으로 여기는 듯 신나게 입고 다녔다.
월드컵 챔피언 브라질의 권총 대표 스페니(41)는 “한국축구의 스피드와 체력에 놀랐다”면서 “관중의 열성적인 응원도 환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한국에게 16강전에서 패한 이탈리아의 총기회사 직원들은 한때 한국 선수들에 대한 장비 수리 서비스를 거절해 여전히 패배에 따른 앙금이 남아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평소 외국인들과 말하기를 꺼리는 성향이 있는 핀란드인들도 남녀 노소를 할 것 없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축구 얘기를 화제로 꺼냈다. 비록 핀란드는 잉글랜드 독일에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많은 자국인들이 한국 경기를 자주 지켜봤다는 것. 핀란드의 축구 수준이 한국보다는 떨어지지만 언젠가 양국이 한판 대결을 펼쳤으면 한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버스에서 만난 핀란드의 대표적 유통업체인 케스코의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는 마틱 보르나넨(45)은 “한국이 치른 5게임을 세 아들과 함께 인상깊게 시청했으며 터키와의 3,4위전에서 패했을 때는 무척 아쉬웠다”고 말했다.
라티(핀란드)〓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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