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안경희여사 1주기 추모식]"정의빙자 폭력에 죽음으로 항거"

  • 입력 2002년 7월 14일 19시 06분


추모식과 추모비 제막식이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고인의 묘소에서 엄수됐다
추모식과 추모비 제막식이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고인의 묘소에서 엄수됐다
김병관(金炳琯) 전 동아일보사 명예회장의 부인 안경희(安慶姬) 여사의 1주기 추모식과 추모비 제막식이 14일 오전 11시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고인의 묘소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모식에는 김 전 명예회장과 장남 김재호(金載昊) 동아일보사 전무를 비롯한 유족과 친지, 동아일보사 전 현직 임직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은 추모사에서 “고인은 정치도, 권력도, 경영도 몰랐던 평범한 주부였으나 권력의 비정(秕政)은 그 소박한 꿈마저 일찍 접게 만들었다”며 “조세 정의라는 이름 아래 언론 사상 전대미문의 가혹한 세무조사로 동아일보의 비판정신을 잠재우려 한 권력의 노골적인 핍박에 집안과 동아일보를 대신해 유명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지난해 세무조사는 독선과 아집의 권력 행사를 비판하는 언론을 견제하려는 속셈으로 법과 정의를 빙자해 행사했던 물리적 폭력이었으며 고인은 권력의 이 같은 자의적 행사에 죽음으로 항거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김 사장은 “고인의 살신성인이 동아일보를 구했고, 우리는 그 정신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친구인 정영희씨는 추도사에서 “고인의 일평생은 동아일보를 위한 기도와 헌신이 전부였다”며 “동아일보에 대한 고인의 지극한 헌신을 평생 동안 가슴에 새겨 원통한 죽음이 시대적 비극에 그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겠다”며 울먹였다.

이날 제막된 안 여사 추모비에는 ‘한 사랑으로 동아일보 아껴오신 님/어둠 속에 빛 더하고 스러졌으니/그 넋 자유언론으로 영원하리라’는 추모시가 새겨졌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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