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읽고]이상달/‘항문’ 못쓰게 한 의료법 바꿔야

  • 입력 2002년 7월 15일 18시 45분


13일자 A7면 독자의 편지 ‘항문을 학문으로 쓰다니’를 읽고 쓴다. ‘항문’을 ‘학문’으로 표기한 것이 허례허식으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으나 현 의료환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생긴 오해인 것 같다. 현 의료법은 신체의 구체적인 부분을 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일반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치질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 ‘대장 항문 전문외과’를 찾는 것이 옳지만 어디가 그런 병원인지 찾기는 힘들다. 이는 외부에 ‘항문 전문’이라는 표기를 할 수 없게 만든 의료법 때문이다. 결국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 자신의 전문 진료 분야를 표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학문’이라는 표기가 등장한 것이다. 비단 이뿐만 아니다. 척추전문이라든가, 불임전문이라든가, 또는 유방전문이라는 표기를 금해 일반인들이 엉뚱한 곳에 가서 진료받고 다시 병원을 찾는 번거로움과 의료비 낭비를 초래한다. 실제 유방전문은 외과임에도 불구하고 외과에서 유방전문이라는 표기를 할 수 없어 일반 여성들은 산부인과에서 유방진료를 받고 결국 다시 외과에서 재검진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환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법 때문이다. 표면상의 이유는 의료의 사치화를 방지한다는 취지이지만 환자들의 고도화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이제 고식적인 전문과 표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전문 분야의 표기도 막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상달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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