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명백한 범죄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는 미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기 어렵고 설사 명백한 범죄혐의가 드러났더라도 데려오는 법적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우리 정부가 1999년 미국에 인도요청을 한 이석희(李碩熙) 전 국세청 차장이 올 들어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지만 송환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 전 청장이 연결고리가 돼 성사된 권력형 비리는 한둘이 아니다.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에서는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 동생의 청탁을 받고 사채업자의 세금 감면을 지시했다. 친한 세무사의 부탁으로 이용호씨 그룹 계열사인 KEP 전자의 세금을 감면해준 의혹이 있다. 김홍업(金弘業) 전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친구인 김성환(金盛煥)씨의 청탁을 받고 미스터피자의 추징금 삭감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에서 돈을 받고 안 전 청장에게 부탁을 해준 사람들은 모두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있다. 안 전 청장이 돈을 받았다면 뇌물수수죄가 되고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법률에 어긋난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된다.
안 전 청장은 정권 보위를 위한 세무조사를 주도한 공로로 건설부장관으로 승진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 검찰이 그동안 안 전 청장에 대한 수사 및 송환절차를 적극적으로 개시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고위 공직을 지내고서도 권력형 청탁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나자 신병치료를 핑계로 해외 도피한 안 전 청장을 데려와 공직 기강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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