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의 톡톡스크린]‘거시기한 코미디’ 의 정체

  • 입력 2002년 7월 18일 17시 54분


‘거시기한 코미디’는 대체 어떤 코미디일까요?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희한한 장르 명칭을 만들어내곤 하는데요, 별별 이름이 나온 끝에 이젠 ‘거시기한 코미디’까지 등장했습니다.

9월 초 촬영에 들어가는 ‘황산벌’은 백제의 전투작전을 염탐한 신라측이 ‘거시기’라는 백제의 사투리를 해석하지 못해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을 다룬 영화죠. 마케팅 담당자는 “‘거시기’가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며 이 명칭에 만족해 하고 있더군요. ^^

다음주 개봉하는 외화 ‘스쿠비두’는 ‘엽기 코믹 버스터’를 내걸었지요. 엽기적으로 재밌으면서도 블록버스터급의 규모의 영화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냈다나요.

멜로나 액션, 코미디 등 기존의 장르 구분법을 벗어난 이런 명칭은 일종의 마케팅 조어(造語)인데요, 한글과 영어를 섞은 ‘콩글리쉬’가 많습니다.

달리는 기차를 무대로 한 코미디 ‘라이터를 켜라’가 ‘트레인 액션’을, 놀이공원을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물인 ‘아 유 레디?’가 ‘롤러코스터 무비’를 내세운 것은 비교적 영화의 성격의 일단을 알려주는 장르 명칭이죠.

‘액션 신비극’을 표방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같은 SF영화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이런 알쏭달쏭한 장르 명칭을 앞세운 영화는 90% 이상이 코미디 영3니다.

기발한 장르 명칭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1998년 ‘코믹 잔혹극’을 내건 ‘조용한 가족’부터라네요.

한 홍보사 직원은 “일단 영화와 관련해 떠오르는 단어를 100개쯤 적어 놓고 하나씩 짜맞춰가며 만들어낸다”며 “웬만한 용어는 이미 다른 영화에서 다 써먹어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는 일이 고통스러울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좀 더 튀는 단어로 눈길을 끌려다보니 유치찬란한 말도 많습니다. 룸살롱을 배경으로 했다는 이유로 ‘코믹 살롱 무비’를 내건 영화가 있질 않나(달려라 덕자), ‘코믹 생쑈’ (울랄라 시스터즈)에 이어 ‘코믹 깽쇼’(네발가락)까지….

완성도에 비해 과대포장된 장르 명칭이 붙은 영화의 압권은 ‘마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813명의 여성을 전라로 출연시켜 화제가 됐던 이 영화가 내걸었던 장르는 ‘퍼포먼스 판타지 시네마’와 ‘토탈 콘텐츠 비즈니스 영화’.

음. 아무리 부풀려진 마케팅 용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좀...‘거시기’ 하죠?^^;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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