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價기준결정 투명성 부족"…美무역대표부도 압력행사

  • 입력 2002년 7월 21일 18시 15분


다국적 제약회사의 한국 약가정책에 대한 압력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 측이 6월 보건복지부에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가 기준 설정 및 결정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부 측은 이 과정에서 릴리사 바이옥스사 등 특정 미국 제약업체와 약품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이 21일 공개한 존 헌츠먼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이태복(李泰馥)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간의 대화록에서 밝혀졌다.

대화록에 따르면 헌츠먼 부대표는 6월11일 이 전 장관을 만나 “심사평가원이 급여기준(의사들의 처방기준) 설정 및 절차수립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결정 과정에 있어 외국 업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제고해달라”며 “릴리사의 자이프렉스(정신분열치료제) 등의 약가결정 과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업계 대표들의 참여 없이 심사평가원이 급여기준을 설정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해당업체가 제시한 자료를 통해 약가가 수립되고 있는데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 뒤 “단 업체의 소명기회가 충분치 않을 경우 개선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떠한 국가도 급여기준 설정 등과 관련해 해당업체와 협의하는 예는 없다”며 헌츠먼 부대표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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