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화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지역 간, 인종 간 갈등의 골을 좁히기 위한 미디어의 역할 논의에 집중됐다. 디지털 시대의 화두 중 하나인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디지털 시대 정보 격차)는 물론, 이질적인 문화 간의 교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됐다. 특히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서 열린만큼 남북한의 화해를 위한 미디어의 틀짜기(framing)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온라인 통한 여론형성 관심
이 중 독일 통일에 미친 미디어의 노력은 통일 이후에 더 활발했고, 특히 기존 동독 미디어에 대한 재교육이 계획적으로 진행됐다는 논문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 언론도 남북한의 ‘상호 인식 고착’을 막기 위한 나름의 계획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해외 언론학자들은 그동안 연구 논문과 언론 보도를 통해 주로 접했던 한국의 광대역 통신망의 발달 수준과 인터넷, 휴대전화의 보급 수준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이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의견을 동시 다발적으로 분출해내면서 새로운 오피니언 형성 집단으로 자리잡는 과정에 관심을 보였다. 단순한 커뮤니티가 아닌 시민들의 ‘정치화’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현상에 주목했다. 많은 서구 학자들은 “한국은 뉴 미디어를 통한 의사 형성 과정 연구의 보고”라며 이 분야를 연구하기위해 한국에서 교환 교수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다.
▽동아시아 韓流 배경도 분석
아시아와 관련된 주제가 많았던 것도 이번 학술회의의 특징이었다. 그동안 대중문화 교류에 관한 연구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TV 프로그램이 아시아권에 유입된 경로와 그 파급력을 분석하는 데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드라마가 동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만 일본 언론학자들의 구체적인 사례 분석 등이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한 영국 학자는 “이번 학술 회의 세미나 리스트에서 아시아 관련 주제를 다루는 것을 보고 다음에는 동료들과 함께 이 주제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외국 언론학자들은 한국 언론이 이번 학술회의에 보여준 관심에 대해 대단히 흥미로워했다. 서구 언론학자들은 자국의 신문 방송 등 일선 미디어 현장과 긴밀하게 교류하지는 못해 실증적 이론 개발에 애를 먹곤 한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학계 널리 알려
미국의 한 언론학자는 “미국 어느 도시에서 ICA 학술회의가 열리면 그 지역 언론에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동아일보 등 주요 언론들이 학술회의를 보도한 것을 보고 언론과 언론학계의 ‘산학 공조’를 엿볼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우리 언론학계를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도 큰 소득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30, 40대 소장 학자들은 탄탄한 영어실력과 다양한 사례 분석 등으로 무장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이들 젊은 언론학자들은 외국 유력 언론학자들과의 공동 저작 등을 통해 더욱 활동 반경을 넓혀야할 것을 보인다.
오택섭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CA서울학술회의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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