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强유로]러시아 경제 ‘멍드네’

  • 입력 2002년 7월 23일 18시 34분


급작스러운 달러의 약세와 유로의 강세가 4년째 성장세를 보이던 러시아 경제도 위협하고 있다.

92년부터 시작된 시장경제개혁이 ‘국민경제의 달러화(化)’로 불릴 정도로 지나치게 달러와 연동된 경제구조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15일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유로가 31.76루블로 달러(31.53)를 앞지른 후 22일 현재 러시아 중앙은행 기준환율로 1유로와 1달러의 차이는 0.3루블까지 벌어졌다.

21일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러시아의 외환보유액과 내년도 외채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시인했다. 약 431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 달러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쿠드린 장관은 “최근 러시아 외환시장에서의 투기적인 유로 매입이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60억달러의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현 상황에서만도 3∼4억달러의 추가 예산부담을 져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4%에서 3.8%로 내려 잡은 올해 경제성장도 더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부분의 자산을 ‘베개 속에 숨겨둔 달러’로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러시아 국민은 10여년 동안 가져온 달러에 대한 굳은 믿음이 갑작스레 무너지면서 당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개인 자산이 줄고 대부분 유럽에서 수입하는 수입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사기업 등 민간 부문에서는 임금이 대부분 달러로 책정돼 있어 개인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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