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부닥치는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수학과 과학은 남학생들이 더 잘하고, 이들 과목을 잘해야 갈 수 있는 대학 학과나 직업에도 남자들이 더 많다.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수학이나 과학을 잘하면 ‘여자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여자들이 공부를 안하고 못했던 것”이라며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탓하곤 했다.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라지면 모든 분야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누리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요즘 두뇌 연구 등을 통해 속속 드러나는 사회생물학적 지식은 이같은 ‘희망’과는 좀 거리가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엔지니어, 컴퓨터 관련 직종, 건축가, 회계사 등 학교 때 수학과 과학을 잘해야 되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우뇌의 공간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들은 좌뇌의 언어능력이 더 발달한 데다 우뇌와 좌뇌의 뇌량이라는 신경섬유 다발도 잘 연결돼 있다. 행동 뒤의 동기와 의미를 꿰뚫는 지각능력, 직관이 뛰어나서 ‘왠지’ ‘어쩐지’ 하면서도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 주립대학 연구팀이 ‘여성의 뇌가 감정을 인지 기억하는 부분이 남성보다 잘 조직돼 있어 사소한 부부싸움도 더 오래 기억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같은 남녀의 ‘다름’을 다시 한번 인정한 셈이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같은 능력, 같은 욕구, 같은 정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과학은 점점 더 증명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성(性)이 다른 한쪽보다 우월하다거나 못났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르다는 것뿐. 남녀 차별 아닌, 이런 차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면 피차 마음도 편해지고, 각자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몰두함으로써 더 나은 삶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남녀 차이보다는 개인차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 하나하나가 모두 우주만한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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