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농지매매 85년만에 허용…푸틴 '사유화 법안' 서명

  • 입력 2002년 7월 25일 19시 00분


러시아에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금지됐던 농지매매가 80여년 만에 다시 허용돼 시장개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 농지 사유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공포후 6개월 뒤부터 발효된다. 앞서 10일 러시아 상원은 이 법안을 승인해 대통령의 서명을 요청했었다.

이 법안으로 러시아 국민들은 전 국토의 24% 정도로 추정되는 4억600만㏊의 농지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법안 심의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외국인의 농지 매매는 금지됐고 그 대신 49년 임차만 허용됐다. 전문가들은 현재 러시아 농업에 투자하려는 외국자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조항이 실제로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지 자유 매매 허용으로 농업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도 전체 농지의 6%에 불과한 사유지에서 총 농업생산량의 40%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농업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집단농장(콜호즈) 체제가 무너지면서 크게 낙후됐다. 전체농지는 80조∼100조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상당수가 황폐화됐다. 러시아는 1993년 제정된 헌법에서 토지의 자유거래와 소유권을 인정했으나 그동안 공산당과 농민당 등 좌파의 완강한 반대로 관련법의 제정이 지연돼 왔다. 이번 농지법 제정으로 지난해 농지를 제외한 토지의 자유거래를 허용한 토지법과 함께 개인의 토지 소유권은 더욱 보호받게 됐다. 그러나 아직도 관련 법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고, 새 법안이 농지매매 시행에 지방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어서 실제로 매매가 활성화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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