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9월 21일, 고베 산노미야 역. 전쟁고아 세이타는 ‘오늘이 며칠일까, 며칠이나 되었을까…’만을 머리 속으로 되뇌이다 숨을 거둔다. 이투성이인 세이타의 옷을 살펴보던 역원은 하라마키(배를 보호해주는 복대) 속에서 작은 사탕 깡통을 발견한다.
역 앞 불탄 자리에 여름풀이 무성해진 어둠 속으로 던져진 깡통 속에서 나온 작은 뼈 조각 세 개. 세이타의 여동생, 세츠코의 유골이었다.
‘반딧불의 묘’에서 죽음은 결코 감상적이지 않다. 전쟁고아 오누이가 맞게 되는 냉엄한 현실에서 더러워지고 여위어가다, 결국 죽고 마는 어린 소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일상적인 삶의 소중함이 담겼다.
오누이는 어둠으로 가득 찬 방공호의 모기장 속에 반딧불이를 모아 불을 밝히고 싶어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죽어있는 대부분의 반딧불이들을 묻으며 세츠코는 얘기한다.
“나… 다 들었어. 엄만 벌써 죽어서 무덤 속에 있대…. 그래서 이렇게 반딧불이도 무덤 속에 넣어 주는 거야. 엄마가 무섭지 말라고….”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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