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공원 조성사업은 오락가락 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2년 전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장관이 주창한 이 사업은 지역발전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각 지자체가 수억원씩 돈을 써가며 유치에 매달렸다. 그러나 장관이 바뀐 뒤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되었고 결국 지자체들은 세금만 허비하고 말았다. “태권도 공원 사업에 10억원을 썼다”며 “이래서야 중앙정부를 어떻게 믿고 일하겠느냐”는 충북 진천군수의 푸념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지자체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울산에서 약속한 공업역사박물관 건립계획도 주무부처가 바뀌면서 규모가 축소되더니 결국 무산됐다. 대통령이 약속한 사업까지 뒤집힐 정도라면 더 할 말이 없다. 확정된 정책처럼 발표했다가 말을 바꾸거나 뒤집는 일이 계속되자 아예 녹취록을 만들어 대비하는 지자체까지 있다고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신뢰는 이런 수준이다.
정부정책이 이처럼 춤을 추는 것은 장관들이 임기 중에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채 검증되지도 않은 정책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면밀한 사전 조사없이 한건주의식 행정으로 임면권자한테 좋은 점수나 받으려는 의식이 문제다. 장관들이 이렇게 기존의 정책을 승계해 마무리하는 것보다 인기주의에 빠져 있으니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되면서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책결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과제다. 장관이 불쑥불쑥 발표할 게 아니라 이해당사자의 입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관계부처간 조율과 당정협의 등의 절차를 밟는 신중한 과정이 필요하다. 재임 중 정책에 대해 이임 후까지 책임을 묻는 정책실명제를 동원해서라도 정책 뒤집기 악순환은 뿌리뽑혀야 한다. 과시용 한건주의로 국력이 소모되고 정부의 공신력이 추락하는 일이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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