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싸인’ 외계인 공포 다룬 SF스릴러

  • 입력 2002년 7월 29일 17시 58분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뉘지. 한 부류는 어떤 행운이나 기회를 단순한 운이나 우연 이상의 징조로 받아들이고 절대자가 존재한다고 믿지. 또 한 부류는 운은 그저 운이라고만 비웃어버리고 가볍게 생각하지. 너는 어느 쪽이야?”

주인공 그래함(멜 깁슨)이 동생 메릴(호아킨 피닉스)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곧 ‘싸인’의 주제이기도 하다.

‘싸인’은 SF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일은 운명적으로 이미 결정돼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내포한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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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예고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믿음을 저버린 그래함은 펜실베이니아 인근에서 아들과 딸, 그리고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출신인 동생과 살고 있다.

어느날 그래함은 자신의 옥수수 농장에서 거대한 ‘미스터리 서클(농작물이 기하학적 모양으로 눌려있는 흔적)’을 발견한다. 이후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암시하는 미스터리 서클이 각국에서 나타난다. 외계의 보이지 않는 위협은 그래함 가족에게 다가오고 그래함과 메릴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맞선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스크린을 피로 적시지 않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 존재의 분위기만으로 관객들을 조금씩 조여가며 긴장을 자아낸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의 정체가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영화는 힘을 잃는다.

만약 모든 일은 예정돼 있다고 믿는 관객은 ‘싸인’의 다소 황당한 결말도 흥미롭겠다. 반대로 이를 믿지 않는 관객은 초반 1시간은 스릴러의 묘미를 느끼겠으나 나머지 40분과 결말은 다소 실망스럽다.무엇보다 ‘식스 센스’의 반전에 반한 관객이라면 샤말란 감독의 이름에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말아야 할 듯. 12세 이상.

뉴욕〓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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