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김성한 감독이 말하는 ‘1위독주 비결’

  • 입력 2002년 7월 29일 17시 58분


올시즌 ‘기아 돌풍’을 이끌고 있는 김성한감독. 활짝 웃고 있는 모습에서 1위팀 감독의 여유가 배어나온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올시즌 ‘기아 돌풍’을 이끌고 있는 김성한감독. 활짝 웃고 있는 모습에서 1위팀 감독의 여유가 배어나온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요즘 배가 나와서….”

2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기아 김성한감독(44)은 동행한 사진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영 마뜩찮은 표정을 지었다. 그도 역시 배가 자꾸 튀어나오는 것을 걱정하는 평범한 40대라는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야구계엔 ‘스타출신 지도자들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항상 최고의 대접만을 받던 스타는 후보나 무명선수들의 설움을 결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성한감독은 현역시절 ‘오리궁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독특한 타법으로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타자로 군림했던 스타. 은퇴후에도 쉬는 기간 없이 코치∼감독으로 순탄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그런 김감독이 선수단을 잘 이끄는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 듯 싶었다. 그게 뭘까.

“지난해부터 팀을 운영해 보니까 느끼는 게 많았다. 팀에서 잘 하는 선수가 있는 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잘 하는 선수만 챙기면 팀워크가 깨진다. 선수들 입장에선 감독이 아무리 잘 해줘도 조금씩 서운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도 조그마한 것 까지 챙기려고 많이 노력한다. 예컨대 1군 엔트리에 27명이 있으면 골고루 경기에 출전시켜 균등한 기회를 주는 편이다. 이는 시즌뒤 선수들이 받을 고과점수 때문인데 다 집에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가장들 아닌가. 게임에 자주 출전해야 고과점수를 받고 연봉이 오를 수 있다.”

한국야구풍토에서 그의 나이는 사실 감독을 하기엔 젊다. 현재 8개구단 사령탑 가운데 그보다 어린 감독은 없다. 김감독 역시 “예상보다 시기가 빨랐다”고 한다. “은퇴한뒤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 코치연수를 갈 때 구단에서 비용을 모두 대줬다. 그게 일종의 암시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감독을 꿈꿔왔다.”

하지만 젊은 나이가 단점이 될 순 없다. 그는 젊음이 연륜을 커버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혈기가 팀에 활력을 주니까. “막무가내가 아니라 계산된 혈기라고 할까. 선수들의 마음속에 ‘감독이 정말 과감하구나’하는 느낌을 경기중에 심어줘야 한다. 감독이 젊다면 선수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30여분간 인터뷰를 한뒤 ‘본론’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 바로 ‘기아가 올해 왜 강한가’라는 물음이었다. 김감독은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두가지를 들었다. 외적인 것은 열악한 해태에서 재정이 탄탄한 기아로 팀이 바뀐 게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는 점이다. “한동안 선수들이 무기력증에 빠졌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세상이 변했다. 지난 겨울 연봉협상에서 선수들은 과거와는 대우가 다르다는 걸 느꼈고 자연스럽게 선수들간에 경쟁의식이 생겼다. 올 전지훈련에서 선수들의 눈빛이 확실히 달라진 걸 알 수 있었다.”

내적인 이유는 선수들이 ‘나’를 버리고 ‘우리’를 찾았다는 점. “지금의 기아는 과거의 해태와 달리 (이)종범이외에는 스타가 없다. 이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범이 등 선배들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걸 보고 후배들도 배우려고 노력한다. 기아엔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고 자신한다. 스타는 없지만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맞춰 기량을 120% 발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적인 걸 몇가지 물어봤다. 술과 담배? 술은 가끔 하지만 1차에서 끝내는 게 원칙이고 담배는 하루에 한갑 정도. 경기할 땐 3∼4개비를 피운다. 취미? 취미생활 즐길만한 시간이 안된다. 골프? 핸디캡 10. 그런데 골프장 나갔던 게 언제였지?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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