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張裳) 국무총리 지명자는 2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학력 허위기재 의혹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이화여대 총장 시절, 언론사 등에서 요청하는 자료는 비서들이 알아서 작성해 보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장 지명자의 서명이 들어 있는 인명록용 프로필을 제시했지만 장 지명자는 “그 사인도 내가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일부 언론사 인명록이나 이화여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프린스턴대(大)를 졸업한 것으로 잘못 기재된 것도 ‘관행에 의한 실수’였다고 말했다.
장 지명자의 답변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의 일이라면 슬그머니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총리 지명자로서의 답변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언론을 보는 눈이다. 그는 언론사를 ‘중요하지 않은 곳’이라고 지목했다.
비판과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새삼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언론을 하찮은 것으로 인식하는 장 지명자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언론의 건전한 비판에 귀를 기울일지 궁금하다.
또 비서가 잘못된 학력 자료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최종 책임은 장 지명자 자신이 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그는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장 지명자는 주민등록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시어머니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 의원 등은 장 지명자의 주민등록 이전 날짜를 도표로 만들어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주민등록을 옮긴 것은 사실이지만 투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장전입이 아니라고 완강히 버텼다.
장 지명자의 거듭된 ‘모르쇠’ 답변을 들으면서 그가 총리로 인준될 경우 과연 바르고 투명한 국정운영을 그에게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김차수기자 정치부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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