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홈런 전쟁’ 갈수록 흥미진진

  • 입력 2002년 7월 31일 17시 52분



여러분은 어디에 투표를 하겠는가.

여기 대권도전에 나선 3명의 후보자들이 있다. 99년 54홈런 신기록을 세우고 사상 첫 6년연속 30홈런을 달성한 삼성 이승엽(26), 뒤늦게 야구에 눈을 뜨며 몰라보게 장타력이 향상된 한화 송지만(29), 힘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헤라클레스’ 현대 심정수(27).

제각기 색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는 3명의 홈런레이스는 2002프로야구의 최대관심사다. 3명 모두 홈런수는 똑같이 30개.

최근의 타격페이스로 볼 때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여름의 사나이’ 심정수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더 집중력이 생긴다”며 여름을 즐기는 그는 7월 들어 10개의 홈런을 쏟아냈다. 홈런뿐 아니라 타격 6위(0.326)에 오를 정도로 타격감이 절정에 달해 있다. 그는 4월(5개)과 5월(6개)엔 홈런부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6월에 9개를 뽑아내며 시동을 걸었다. 심정수의 개인시즌 최다홈런은 99년 두산에서 기록한 31개. 개인최다홈런을 달성하는 건 시간문제다.

심정수와 달리 송지만은 갈수록 타격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는 게 걱정. 4월(10개)과 5월(8개)엔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6월(7개)과 7월(5개)에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송지만은 7위에 처져 있는 팀 때문에 마음먹고 개인욕심을 부리기가 힘든 상황이라는 점도 불리하다. 하지만 29호를 쳐낸지 1주일만인 30일 대전 삼성전에서 다시 홈런을 터뜨리며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임을 증명했다.

항상 변함없는 타격이 장점인 이승엽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엔 4개에 그치며 주춤하고 있다. 그래도 몰아치기에 워낙 능한 이승엽이라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누구도 그의 방망이를 말릴 수 없다. 남은 경기수로 따지면 52게임을 치러야 하는 송지만이 심정수(51경기), 이승엽(47경기)보다 다소 유리한 편.

역대 프로야구에서 용병을 제외한 국내 타자 3명 이상이 동시에 시즌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사상 유례없는 치열한 홈런왕 3파전싸움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궁금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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