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은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당초 이날 국무회의는 ‘장상(張裳) 총리’가 주재하기로 예정됐었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지명자인 만큼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매주 화요일에 열리던 회의 날짜도 국회 표결 이후인 목요일로 조정했다.
그러나 표결은 42년만의 부결사태로 끝났고, 결국 김 대통령은 휴가 일정을 중단하고 직접 의장 자리에 앉게 됐다.
김 대통령은 비어있는 총리자리를 쳐다보며 “참으로 애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통령은 이어 장 전 총리서리 지명 배경과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 탄생에 걸었던 기대를 토로한 뒤 사회권을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에게 넘겼다.
신중식(申仲植) 국정홍보처장은 “평균 1시간20분가량 걸리던 국무회의가 이날은 불과 32분만에 끝났다”며 “12개 안건이 상정돼 원안대로 통과됐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은 “더 할 얘기가 없느냐”며 국무위원들의 토론을 유도했지만 무거운 침묵만 흘렀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