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보내며 from:최영미▼
널빤지에서 널빤지로/에밀리 디킨슨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난 걸었네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로 머리맡에는 별
발 밑엔 바다가 있는 것같이.
난 몰랐네- 다음 걸음이
내 마지막 걸음이 될는지-
어떤 이는 경험이라고 말하지만
도무지 불안한 내 걸음걸이.
▼˝글쓴지 10년…선생님 그윽한 정이 떠오릅니다˝to: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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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선생님이 번역하신 디킨슨의 시를 최근에 다시 읽었습니다. 이 널빤지에서 저 널빤지로, 여기에서 저기로 건너뛰며 불안해하는 순수함이 내게도 있었던가? 이미 잃어버린, 제가 다시 쓸 수 없는 시이기에 더욱 애틋했습니다. 발 밑에 깊은 물이 있는 것도 모르고 다리 위에서 첨벙대는 어린애처럼 저 또한 무모했었지요. 제 이름을 걸고 글을 쓴 지 십 년. 그동안 무얼 했던가, 후회와 허망함을 삼키고 다음 걸음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선생님의 그윽한 향기를 기억하며….
-2002년 여름. 일산에서 최영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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