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유색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19세기 남아프리카 금광에서 일하던 흑인 광부들의 슬픈 이야기에서 비롯된 공연이다. 광산을 소유한 백인들 밑에서 흑인 광부들은 대화를 나누는 일 조차 금지당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광부들은 삽을 두드리고 발을 구르는 단순한 동작을 통해 신명을 표현했다.
이같은 몸동작을 무대 위에서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이번 공연은 흑인들의 지나간 영욕을 암시하듯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에 대한 찬가로 시작된다. 작업복을 입은 흑인 광부 10여명은 광산에서의 고된 노동 속에서도 키보드 드럼 등을 연주하며 아프리카 전통곡을 노래한다. 퍼포먼스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출연진은 광산에서 신는 고무장화를 신은 채 무대 바닥에 고인 물을 스텝을 밟으며 흑인 특유의 열정을 신나게 풀어낸다. 흑인들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흥에 겨우면서도 슬픔이 배어있는 몸짓은 ‘한(恨)을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국악과 공통분모를 갖고 있어 국내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1993년 벨기에 공연을 시작으로 호주 캐나다 등으로 순회공연을 가졌고 1999년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호평을 받았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칵테일 같은 쇼”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뮤지컬 컬럼니스트 원종원씨는 “흑인들의 열정적인 음악과 리듬은 피부색을 불문하고 관객을 열광시키는 매력을 갖고 있다”며 “화려한 기존의 뮤지컬과는 달리 간단한 소도구만으로 꽉 찬 무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일 오후 8시, 공휴일 및 주말 오후 3시 7시. 2만∼5만원. 02-2005-0114, 1588-7890.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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