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인기몰이에 정작 신이 난 쪽은 출판계. 방송과 때를 맞춰 이제마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단 드라마의 원작으로 알려진 작품은 최형주의 ‘예언-동무 이제마의 생애와 사상’이다. 이 책은 지난해 말 동무 선생 서거 100주기를 맞아 도서출판 장문산에서 출간했다. 저자인 한의학 박사 최형주씨는 40년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이제마의 일대기를 평전 형식으로 정리했다. KBS 드라마 제작팀은 이제마에 관한 책 10여권을 검토한 결과 ‘예언’이 가장 사실(史實)에 접근해 있다고 판단, 원작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최형주씨는 이 드라마의 제작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그 밖에 드라마 방영에 맞춰 나온 책으로 노가원의 ‘태양인 이제마’(자음과 모음)와 이수광의 ‘신의 이제마’(일송북), 최병선의 ‘동무 이제마’(차림), 정소성의 ‘태양인-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열림원), 이철호의 ‘소설 이제마-풍운의 태양인’(명문당) 등이 있다. 여기에 아동용과 만화책까지 합치면 10권이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단국대 교수인 소설가 정소성씨의 ‘태양인’은 94년 ‘소설 사상의학’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던 것을 출판사와 제목을 바꿔 달고 나왔고, 한의사 이철호씨의 ‘소설 이제마’도 97년 3권짜리로 나왔던 것을 다시 찍었다. 98년 한의사 전영종씨가 펴낸 3권짜리 ‘제마의 길’(중앙M&B)도 있으나 현재는 절판됐다.
신작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수광의 ‘신의 이제마’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 ‘초원의 향기’ 등 역사소설로 인기를 모은 저자가 이제마의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춰 쓴 소설이다. 무인이며 사상가, 신의였던 이제마의 파란만장한 삶이 3명의 여인과 나눈 기구한 사랑과 어우러져 드라마적 요소가 강하다. 동무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책 가운데 가장 대중적 정서에 부합하는 소설로 배본도 하기 전에 선주문이 밀려 3쇄까지 찍어내는 등 시장 선점에 성공한 상태.
노가원의 ‘태양인 이제마’는 드라마와 제목이 같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원래 ‘부산보건신문’과 ‘대동일보’에 10년 가까이 연재됐던 것으로, 굳이 이제마 소설의 원조를 찾자면 이 작품이라 하겠다. ‘붉은 까마귀’ ‘아리랑’의 작가인 노가원씨도 ‘태양인 이제마’에서 충실한 역사 복원보다 읽는 재미 쪽을 강조했다.
‘제2의 허준’을 예고하는 이제마 열풍. 출판계에서는 한의사가 쓴 이제마 평전과 작가가 쓴 소설 이제마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 김현미 주간동아 기자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