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형주 위주로 펀드를 구성한다. 인기 있는 대형주를 사두면 수익률이 나빠도 투자자들에게 핑계를 댈 수 있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비인기주에 투자해 수익률이 나쁘면 그 책임을 펀드매니저가 모두 뒤집어써야 한다.
이 팀장은 오랫동안 한국 증시의 이런 편견과 맞서 싸웠다. 필연적으로 장기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중소형주 위주의 가치투자를 고수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려 한국 증시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편견과 싸우다〓1999년 12월 이 팀장은 한 경제주간지가 선정한 최우수 펀드매니저에 선정됐다. 펀드매니저로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지만 그는 “울면서 상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그가 당시 운용하던 한국 최초의 가치투자 펀드인 밸류 펀드는 199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술주 열풍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새롬기술 다음 등 기술주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농심 롯데칠성 등으로 짜인 그의 펀드 수익률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결국 그는 투자자들의 비난 속에 2000년 4월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투자자의 돈이 아닌 회사 자금으로 투자를 시작한 것.
기다림의 열매는 기술주 거품이 꺼지면서 나타났다. 기술주들이 1년 만에 10분의 1도막, 30분의 1도막이 날 때 그의 펀드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영원히 오를 것 같지 않던 롯데칠성이 7만원에서 30만원을 뚫으며 급등했다. 종합주가지수가 반도막이 나던 2000년 그는 오히려 14%의 수익을 내며 가치투자의 진가를 보여줬다.
▽폭락을 즐긴다〓그는 가치투자를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기업 가치가 뛰어난 종목은 언젠가 반드시 주가가 오르게 돼있다는 것. 조급하지만 않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는 “아무리 길어도 3년이면 주가는 기업가치에 수렴한다. 그 기다림이 다소 지루하지만 주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가가 폭락하면 이 팀장은 오히려 즐거워한다. 그만큼 기업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종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도 하락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기다리면 주가는 언젠가 기업 가치에 도달할 것이므로.
▽이렇게 투자하라〓그의 포트폴리오에는 수익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기업이 하나도 없다. 음식료 의류 여행 등 생활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생활 주변과 관련한 종목을 고르면 그 기업이 장사를 잘 하나 못 하나를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이해도 완벽해진다.
“이해하지 못하는 종목에 투자하고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입니다. 자신이 완벽히 이해하는 종목에 투자하십시오.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주가는 언젠가 반드시 기업가치에 도달합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동원증권 주식운용팀 K펀드 수익률 | ||||
기간 | 종합주가지수 등락률(%) | K펀드 수익률(%) | 운용수익 | |
2000년 4월∼2001년 3월 | -39.23 | 14.09 | 89억원 | |
2001년 4월∼2002년 3월 | 71.17 | 102.09 | 748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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