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물거리던 뉴욕증시 주가가 6일(현지시간) 급등한 뒤 7일 상승세를 이어가자 투자자들은 증권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어보았다. 베어마켓(약세장) 끝, 불마켓(강세장) 시작으로 봐도 좋겠느냐는 질문이었던 셈이다.
주가그래프가 U자를 그린 7일 투자자들은 더 흥분했다. 초반 강세가 금세 꺾여 약보합에 머물던 주가가 막판 급등해 2% 안팎의 상승세로 마감했기 때문. 축구 경기 끝 무렵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따라 집어넣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에겐 실망스럽게도 상승세가 오래 갈 것이란 전망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상승세의 주 요인이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였기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지수별로 2000년 1∼3월 최고점을 지난 뒤 약 30개월째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동안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8%, 나스닥종합지수는 74%나 빠졌다. 다우존스지수 기준으로 15차례의 침체 중 이번이 길이로는 네 번째, 깊이로는 여덟 번째다.
“바닥권에서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자주 나타난다. 변동성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월가의 설명 중 ‘바닥권’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이겠지만 아직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자주 거론되고 있다. 온라인 주식거래 회사 찰스 스와프의 해고 계획도 그중 하나다. 작년 이후 직원의 27%인 7200명을 해고한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현재 직원의 5%인 1000명을 추가 해고할 방침이라는 것. 작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는 25%(1만7400명), 모건스탠리는 7%(4141명), 골드만삭스그룹은 7%(1482명)를 각각 해고한 상태다.
며칠 전 한밤의 장대비에 뉴욕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최고경영자(CEO) 스캔들은 식을 줄을 모른다. 타이코인터내셔널의 전 CEO 데니스 코즐로스키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는 재임 중 회사돈 1억3500만달러를 여러 채의 저택과 예술품 호화가구를 사고 호화여행을 즐기는 데 사용했다. 그중 압권은 꽃무늬의 6000달러(약 720만원)짜리 샤워커튼. 맨해튼 핍스애비뉴에 있는 고가의 아파트를 치장한 25만달러어치의 가구와 장식품 중 하나다. 회사측은 그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 뒤 몇 년 뒤에 특별보너스라는 이름으로 빚을 탕감해주었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