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 '테이프' 공개 왜 미루나

  • 입력 2002년 8월 8일 18시 33분


이정연(李正淵)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가 관련자들의 증언이 녹음됐다는 테이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 시작했다.

김씨측 관계자는 8일 “김씨가 보관 중인 녹음 테이프는 4개이며, 1개에 1명씩 모두 4명의 서로 다른 관련자들의 증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한 시점이 되면 테이프들을 ‘내용 그대로’ 검찰에 일괄 제출할 것”이라며 “녹음 내용을 편집하거나 삭제할 경우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날 한 인터넷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이프와 녹취록을 국내외 친인척과 지인(知人), 은행 대여금고 등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테이프 내용 중에는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가 관련됐음을 밝히는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모씨의 증언이 있으며 98∼99년 병무비리 수사 과정에서 그의 진술을 듣고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테이프에 대해 언급하지 않던 김씨가 태도를 바꾼 것은 테이프 공개를 촉구하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사건 관련자들이 사전에 입을 맞추거나 증거인멸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이들의 소환 시점에 맞춰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녹음 테이프가 없거나, 있더라도 결정적인 내용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강해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테이프의 ‘존재’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김씨가 녹음 테이프의 공개를 미루면서 애매모호한 얘기만 흘리는 것은 테이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김씨의 의도와 관계 없이 이 사건 수사의 흐름상 김씨가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만간 김씨가 테이프를 내놓든지, 아니면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하든지 결론이 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김씨와 여권, 그리고 한나라당 관계자들 중 한쪽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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