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결정에 대한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동아일보의 인식은 미흡한 편이다. 사설은 운전병이 한국 법원에 넘겨졌어도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적으며, 따라서 그에 대한 재판권을 이양했으면 반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범죄는 ‘제도’의 문제이다. 1년에 700건 정도나 발생하는 미군 범죄를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여중생 사망 사고로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발생한 음주운전 미군의 뺑소니 사건 처리 과정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군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동아일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한미군 문제를 다뤄주기 바란다. 주한미군의 의미, SOFA의 문제점, 그리고 그 그늘에서 주한미군에 의해 피해를 보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문제를 다룬 심층적인 기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social minority)에 대한 몇 개의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6일자 A27면에 실린 ‘슛에 꿈★실었어요’는 ‘세계 정신장애인 월드컵 축구대회’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에 관한 기사로 그동안 소외되어 온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다루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꿋꿋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정신지체 장애인 선수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본인이나 부모의 입을 통해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7일자 A25면의 무호적(無戶籍) 장애인에 관한 기사도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무호적 정신지체 장애인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요한 문제를 발굴한 기자 정신을 높이 평가한다. 계속해서 그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통해 ‘나눔’의 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계화’가 경쟁력과 시장만능주의와 동의어로 자리잡은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세계화: 공동체마을 현장을 가다’ 시리즈는 큰 의의를 지닌다. 세계의 공동체 마을을 소개함으로써 경쟁과 욕망에 찌든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빈민들의 자립을 돕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7월 31일자 A10면)’, 검소함과 자연 친화성을 강조하는 미국 애리조나주의 ‘아르코산티’(8월 8일자 A11면) 등은 우리에게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한다.
김철규 고려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