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화(14세)...
"유도는 안돼, 차라리 골프를 시켜보자"
현화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참으로 유별나다.
아버지 심웅섭씨는 유도 3단의 유단자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 못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운동에서는 일가견이 있던 분이셨다. 그러던 중 자녀들에게도 운동을 시켜볼려고 생각했던 터에 아들에게 운동을 시켜보았지만, 운동신경이 꽝이였다며 그 때를 회고한다.
"현화 오빠에게 유도며, 축구며 이것저것 운동을 시켜봤지만 운동신경이 많이 떨어지고, 재능도 엿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현화에게 유도를 시키려고 마음을 먹던 차였죠. 그러자 아내는 펄쩍 뛰더라구요. 여자가 하기엔 유도는 적당한 운동이 아니라고요. 차라리 골프를 시켜보자는 아내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골프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주 우연한 계기로 현화의 숨은 재능도 알게되었고, 골프에 대한 인식도 전환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유도를 시킬 수 없다는 어머니 이승실 씨의 판단 아래 이뤄진, '현화의 골프 입문'은 우연적이고, 유별난 계기였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던 천운이기도 했다. 내노라 하는 프로골퍼들 사이에서는 대동소이할 정도로 저마다 뛰어난 골프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프 실력만큼이나 행운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하게 된다.
천운 덕에 현화는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진로를 이미 결정한 상태며, 골프를 하면서 내면에 숨겨졌던 재능과 기량까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현화의 럭키행진은 이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학교 3년동안 딱 2번 나갈 수 있는 대회, 매년 3월 개최되는 제주도지사배 선발대회인 '아시아 태평양 주니어 선발대회'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4월 28일, 대만으로 원정을 떠난다.
주니어 인터뷰를 위해 골프 매거진 코리아가 주최했던 '제20회 주니어골프대회'초등부 명단을 뒤적이던 기자는 황당하고 신기한 이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당시 오전초등 6학년에 재학중인 이 아인 다름아니라 기자와 이름이 같았다. 이름이 같으면, 성이라도 다를법한데, 같은 청송 심씨 문중이라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아무리 반갑다 한들, 혈연지연 관계를 공적인 일에 적용시킬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아인 제 20회 주니어 골프대회 여자 초등부 중에서도 1위를 했고, 지난해 통상 우승 횟수만 해도 9승이란다. 타고난 재능 때문인지, 이름이 좋아 이름의 덕을 톡톡히 보는건지 여하간 연화를 취재하는 기자의 맘은 즐겁다.
중등부에서 2명, 고등부에서 2명만을 뽑는 이번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대단한 사실이지만, 생일이 늦거나, 빠르거나, 다른대회와 중복되거나 하는 등의 까다로운 선발규칙에 딱 들어맞았다는 사실 자체도 큰 행운이 뒤따랐다며 아버지 심웅섭씨는 말한다.
타고난 승부욕과 배포로 주변을 압도하는 쇼맨십까지 가지고 있어...
현화는 주니어 골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타고난 승부욕과 배포로 주변을 압도하는 쇼맨십까지도 가지고 있다고 아버지 심씨는 얘기했다. 나이답지 않게 성격이 유순하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현화는 연습 라운딩보다 공식시합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고 한다.
게다가 골프 연습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두번이고 세번이고 인사하는 인사성 덕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평상시, 골프를 잘 치는 것보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시 여기는 아버지의 영향력 덕분인데, 그래서 이들 부녀지간에는 특별한 룰이 있다. 친구보다도 다정하고 편안한 아버지와 딸 사이면서도, 호랑이보다도 엄격한 아버지 앞에선 어느 새 유순한 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 중간 이어지는 딸과 아버지의 대화는 친숙하면서도, 절제된 언어가 묻어난다.
딸에 대한 칭찬과 함께, 단점에 대해서도 여실히 꼬집는 아버지, 잘못된 일을 쉽게 잊질 못하고 오랫동안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말한다. 라운딩 시에도 바람이 부는 날은 으레 볼이 많이 뜨는 경향이 있어 제 1순위로 교정해야 할 부분이라 지적했다.
국제적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언어공부에 중점에 두겠다.
이제 중학교 1학년생인 현화에게는 골프에 대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일찍 발굴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같은 토래의 아이들과 같은 평범한 학생으로서의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는 점에선 마이너스다. 그래서 아버지 심씨는 그런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골프를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고, 시험을 이틀, 삼일 앞두고 벼락 공부를 하는 학생처럼 명훈련에 돌입한다던가, 하루 왠 종일 골프만 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현화가 평소와 같은 기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매일 골프연습을 2, 3시간씩 하되, 이 아이가 배워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도 시간을 투자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만 원정을 계기로, 앞으로 국제무대에 자주 서게 될 그날을 대비해 영어를 중점적으로 언어공부에 시간을 할애할 생각입니다."
아버지 심운섭씨는 현화에게 올바른 골프고치를 하기위해, 현화보다 8개월 뒤늦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도 자녀들에게 운동을 가르칠때면, 스스로도 그 운동을 배웠다고 말했다. 말만이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자식사랑을 보여줬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하고 싶었다는 열망이 있었다. 그 열망덕에 안해본 운동이 없을 만큼 운동에 능한 심씨는 그 열정을 이제 딸에게도 전수했다.
앞으로 박세리 프로 골퍼를 능가하는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다는 현화. 현화를 통해 골프의 진미를 체험할 수 있었다는 아버지 심웅섭씨. 오늘도 이 부녀지간은 끈끈한 부녀애를 과시하며 넓은 페어웨이를 향해 꿈을 담은 볼을 날리고 있다.
[자료제공 : http://www.thegolf.co.kr ]
◇ 심현화는…
▽나이 : 14세
▽키 : 165cm
▽몸무베 : 58kg
▽가족관계 : 심웅섭(42세) 이승실(44세)씨 1남 1녀 중 막내
▽출신교 : 오전초등학교-죽전중학교
▽사용클럽 : D -ERC2, W-서든데스, I-티조이드 P-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 비거리 : 220∼240yard
▽주요성적 : 99년 첫 대회. 경기도지사배 4위
2001년 제20회 골프매거진배 주니어 골프대회 초등부 우승
2001년 제주도지사배 우승
2001년 박세리배 우승 등 지난해 통산 9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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