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향은 일어나 여자의 집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배다리를 건넜다. 끼익, 끼익, 끼익. 바람이 불고, 치맛자락이 펄럭였다. 그러자 갑자기 허리 아랫도리가 바람에 둥실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남루에 하얀 여자가 서 있었다. 순간, 그 여자인가 싶었는데, 아니다, 아랑이다. 나를 보고 있다. 무섭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맥도 빨라지지 않았다. 꽃향기와 더불어 슬픔이 대기에 떠다니고 있다. 수용이 죽었을 때도 이런 향기가 났다. 희향은 슬픔에 떠는 대기를 깊게 들이쉬고 아리랑을 불렀다.
송림 속에 우는 새 처량도 하다
아랑의 원혼을 네 설워하느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영남루 비친 달빛 교교한데
남천강 말없이 흘러만 가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숨이 편해지고 눈에 비치는, 비치지 않는 모든 것이 소리를 빚기 시작했다. 졸졸졸졸 짹짹짹짹 땡- 땡- 음매- 음매- 제첩이요- 제첩 응애- 응애- , 우근이 날 부르고 있다. 희향의 젖가슴으로 젖이 차올랐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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