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시대 가수의 노래와 몸 동작을 해설과 함께 알려주는 이색 음악회가 선을 보였다. 19일 저녁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해설이 있는 음악회-눈으로 듣는 바로크 음악’.
미국 출신의 성악가 샤론 웰러는 바로크 시대풍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이어 우아한 몸동작을 곁들이면서 카치니의 ‘아마릴리’, 다울랜드의 ‘내 슬픔에 귀기울여 주오’ 등을 노래했다. 때로는 손을 가슴에 갖다 대고 한숨쉬는 듯, 때로는 손을 높이 올려 가슴설레는 듯한 기쁨을 표현했고, 관객들은 그의 동작을 열심히 눈으로 좇았다.
“오늘날 ‘원전(原典)연주’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과거의 악기 모습과 연주법을 재현한다는 원전운동이 1980년대 이후 널리 알려졌으니까요. 그러나 대부분 ‘소리’의 측면에서만 원전연주가 이해되고 있습니다. 최소한 바로크 가곡 연주라면 당시의 무대 제스처도 고증에 따라 재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웰러씨는 바로크시대 무대 제스처의 특징이 ‘품위와 우아함’ 에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연기를 하는 동안 인체는 우아한 곡선을 그려야 하며, 좌우의 비중이 대칭을 이루도록 했다는 것. 오른손은 ‘선함과 정의’를, 왼손은 ‘죽음과 불의’를 나타냈다는 점도 독특하다.
웰러씨에게 ‘사랑에 빠진 느낌’ 과 ‘슬픔’의 제스처를 부탁했다. 그는 먼저 우아한 동작으로 오른손을 가슴에 갖다 댔다. 열정과 설렘을 나타내는 동작도 가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잠시 후 그는 왼손을 아래로 뻗은 뒤 오른 손을 가까이 가져갔다. 이어 두 손을 잡고 어루만졌다. 눈물을 흘리듯 슬픔이 배어나오는 느낌을 묘사한 동작이었다. 질문을 던질 때는 손바닥을 위로, 행복을 나타낼 때는 양손이 가슴 위로 올라온다는 등의 상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그에게 ‘원전연주 성악가라면 예쁘장하고 작은 목소리에 비브라토(떨림)가 없는 소리를 연상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내 의견은 다르다”고 대답했다.
“바로크시대에도 힘있는 표현이 필요했어요. 비브라토도 장식적인 효과를 위해 일부 사용했습니다. 오히려 비브라토가 전혀 없는 것이 부자연스럽죠.”
웰러씨의 고향은 ‘역사적’인 작업에 어울리지 않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를린 음대와 스위스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서 원전연주의 거장 르네 야콥스에게 성악을 공부했다. 당시만 해도 바로크 무대연기를 연구한 문헌만 있었을 뿐 ‘스승’이 없어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젤의 모교에서 후학을 기르며 바로크 제스처의 매력을 전수하고 있다.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