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현장조사였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무런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무사 측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기무사 측은 “84년 녹화사업이 종료됐고 당시 보안사의 담당 부서도 해체되면서 관련 자료 대부분이 파기됐다”며 조사 거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진상규명위측은 “당시 보안사의 녹화사업 담당자가 ‘녹화사업 심사자 1000여명과 전체 관련자 5000여명의 존안자료를 생산해 인수 인계했으며 이는 영구문서로 보존돼 기무사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원회에서 증언했다”며 반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음 달 16일 활동 기한이 끝나는 진상규명위는 기무사 국가정보원 등 정부 기관과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 등 사건 관련자들의 비협조로 각종 의문사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녹화사업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19일로 마감된 1차 출석 요구에 아무 답변 없이 응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도 1차 출석 요구에 대해서는 “정당한 정책 집행”이었다며 출석을 거부했고 2차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 진상규명위로서는 ‘동행명령’을 한 번 더 내린 뒤에도 응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을 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날 기무사 앞에서는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소속 회원 20여명이 기무사 측의 자료제출 거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들 허원근(許元根) 일병의 억울한 죽음을 18년 만에 밝혀내고 시위에 참가한 허영춘(許永春)씨는 “억울한 죽음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문사 조사에 대한 관련 기관과 관련자들의 협조를 기대해 본다.
손효림기자 사회1부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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