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치단체와 건설교통부 등 개발 관련 기관들의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인식 부족이 심각한 데다 이들 기관이 이를 건설 사업을 위한 요식행위나 통과절차 정도로 생각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더구나 환경부도 환경영향평가서에 관한 세부적인 작성기준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사후 관리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자체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얼렁뚱땅 환경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완료되기도 전에 사업계획을 승인하거나 공사에 착공한 사례가 19건이나 됐다. 이는 뿌리깊은 ‘개발우선 논리’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사전 공사 착공 여부에 관한 환경부의 관리감독 체제가 미흡한 탓이기도 한 것으로 지적됐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에 공사를 착공한다는 것은 이들 사업이 대기 수질 생태계 등에 미치는 환경영향을 사실상 무시한다는 것으로 이는 대규모 국토 환경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가제도의 문제점〓대규모 개발사업이 평가대상에서 누락되는가 하면 평가의 실익이 적은 사업이 평가대상에 포함되는 등 평가대상의 범위가 불합리한 점이 지적됐다.
개발촉진지구의 경우 온천 숙박 콘도 수련단지 등 개별 개발사업은 환경영향평가 규모 미만의 사업이지만 개발계획 전체로 보면 대규모 개발사업에 해당되는 데도 현행 규정은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해 주고 있다.
반면 4㎞ 이상 신설도로의 경우(면적 약 8만㎢) 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어 도시개발사업(20만∼30만㎢), 산업단지(15만㎢) 등 다른 사업과 균형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환경영향평가에 필요한 수질환경기준이 지방 2급 하천이나 소하천에는 설정돼 있지 않아 적절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녹지도 조사표시방법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평가사업마다 조사결과가 다르며 △소음의 경우 저감시설 설치 기준이 불합리하게 책정돼 있는 등 기법상 문제점도 제기됐다.
▽사후관리 미흡〓해남 땅끝마을관광지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 승인기관인 전남도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채 사업계획을 승인했으며 중부내륙고속국도 및 나주시 세지면 야산개간사업의 경우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후관리가 부실한 것은 환경영향평가서 부실 작성에 대해 행정처분 외에 다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 계획 및 개발사업 등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리 예측 분석하고 저감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개발 영향을 최소화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1981년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본격 도입됐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