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한적이나마 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북한의 변화를 반영하듯 이번 방문은 경제현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로 시장경제 개혁 10년을 맞은 러시아의 상황을 직접 보고 참고로 삼는 한편 북한의 대(對)러시아 무역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극동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노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방문과 달리 안보와 군사 문제보다 경제현안을 우선시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김 위원장은 태평양함대 사령부 방문과 미사일 순양함인 마샬샤포스니코프 승선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항만시설과 쇼핑센터, 제빵공장, 제약공장, 케이블공장 방문 등 경제 관련 일정은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극동지역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도 경제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 세르게이 다리킨 연해주지사는 “김 위원장이 외국의 경제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도 가장 큰 의제는 경제협력, 그 중에서도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 사업이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최우선 의제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철도연결 사업이 북-러 경제협력의 테두리 안에서 실현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여 그동안 부진했던 이 사업의 진행이 앞으로 얼마나 구체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 정상은 남북문제를 포함, 국제관계에 대해서도 깊은 얘기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김 위원장이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며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대화 및 북-일, 북-미 대화 재개를 앞두고 러시아와 대외정책을 조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크렘린 사정에 밝은 한 외교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친(親) 서방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배경까지 설명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개방에 나서라’고 김 위원장에게 권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