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아, 아침이다”
희향은 목을 받치고 있는 왼손을 빼내면서 무릎 안쪽에 머리를 얹고 우근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말했다.
“잘 잤나”
우근은 눈꼬리를 내리고 입술 끝을 올렸다.
“웃었네! 처음 웃었다. 엄마가 잘 잤나고 한 게 재밌나? 잘 잤나! 우근아, 오늘은 너 얼굴을 보려고 사람들이 많은 올 거다. 너가 무사히 잘 자라준 게 고마워서 축하해 주러 오는 거다”
우근이 엄마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우근아, 좀 더 웃어봐라. 잘 잤나”
우근이 미소짓자, 희향은 약속을 나누듯 미소로 답했다.
“잘 잤나”
우근은 눈과 코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크게 하품을 하고 엄마의 품에서 다시 잠이 들었다.
희향은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오른손을 등으로 돌리고 왼쪽 무릎을 살며시 빼면서 손바닥으로 목을 받쳤다. 그리고 갓난 아기의 몸이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심하면서 자세를 낮춰 엉덩이를 이불에 내려놓고 천천히 윗몸을 내려놓았다.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팔을 살며시 빼고 목을 받치고 있던 손을 빼자 희향은 우근의 뺨에 입맞춤하고 옆으로 누웠다. 우근아, 엄마는 행복하지는 않지만 너하고 우철이 형하고 소원이 누나가 있어서 불행하지도 않다, 너거들은 내 생명이다, 너거들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는 못 산다, 살 의미도 없고. 애장터에 잠들어 있는 수용이하고 우선아, 아무쪼록 너거 동생들 목숨을 잘 지켜다오, 너거들 몫까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힘을 빌려다오.
희향은 새근새근 젖냄새 나는 숨을 들이쉬고, 희미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갓난아기의 살의 온기로 의식을 녹였다. 마음과 몸에서 힘이 쑥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희향은 밀양강 수면에 누워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흐르고 있었다. 잘 잤나, 하늘을 향해 인사하자, 하늘은 미소짓듯 광채를 더해갔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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