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박세리 21언더 대회 최소타 역전우승

  • 입력 2002년 8월 26일 17시 52분


베시킹클래식 최종 4라운드 1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세리가 볼을 집어올리며 갤러리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커츠타운로이터뉴시스
베시킹클래식 최종 4라운드 1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세리가 볼을 집어올리며 갤러리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커츠타운로이터뉴시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무서운 집중력이었다.

바짝 마른 수풀에 불길이 번지듯 한번 타오르기 시작한 맹렬한 기세를 꺾을 상대는 없었다. ‘우즈 공포증’이라는 말을 만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지켜봤더라도 기가 질릴 만했다.

박세리(25)의 뚝심은 역시 대단했다. 평소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배짱으로 유명하지만 이날 따라 더욱 빛을 발했다. 선두에 3타 뒤진 채 마지막 승부에 들어간 박세리는 경기를 앞두고 유달리 자신감이 넘쳤다.

당초 감기 몸살로 대회 출전자체를 포기하려 했고 개막 전날 연습라운드도 평소 반밖에 안 되는 9개 홀만 돌았는데 오히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상승세를 탔기 때문. 첫날 공동 19위로 마쳤지만 공동 9위(2라운드)→공동 3위(3라운드)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타고난 승부 근성에 도전을 즐기는 터라 나쁜 컨디션 속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보였다.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은 물론 약점으로 지적된 퍼팅까지 살아나 어깨가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4라운드 들어 욕심이 생겨 어깨에 힘이라도 들어갔을까. 1번홀 버디로 상큼하게 출발했으나 2번홀(파4)과 3번홀(파3)에서 잇달아 그린을 놓치며 연속 보기를 했다. 기분이 상해 스스로 무너질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박세리는 달랐다. ‘보기를 해도 더 많은 버디를 하면 그뿐 아니냐고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박세리의 지론.

한 타를 까먹었어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박세리는 5번홀(파5)에서 4.5m 칩샷을 컵에 떨어뜨려 이글을 잡더니 6번(파3) 8번홀(파4) 징검다리 버디로 전반에만 3타를 줄였다.

박세리의 진가는 후반 들어 불을 뿜었다. 12번홀(파3) 버디로 안젤라 스탠퍼드(미국)와 공동 선두를 이루더니 13번홀(파5)에서 1.8m 버디 퍼팅으로 마침내 단독 선두에 나섰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박세리는 막판 4개홀 줄버디로 ‘나 홀로’ 레이스를 펼치며 대미를 장식했다. 15번홀(파3)에서 7m 거리의 퍼팅을 버디로 연결하는 묘기를 펼친 것을 시작으로 16번(파5), 17번(파4)에서 내리 버디를 낚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쉬운 홀이라는 18번홀(파5)은 그야말로 팬 서비스 홀이었다. 210야드를 남기고 7번 우드로 한 세컨드샷이 깃대를 스쳐지나가 앨버트로스까지 잡을 뻔한 것. 갤러리의 기립 박수 속에 그린 위에 올라간 박세리는 아깝게 까다로운 1m 내리막 이글 퍼팅을 놓쳤으나 우승컵을 안는 데는 아무 상관없었다. 미국 투어 16승 가운데 6승을 역전 우승으로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박세리의 완벽에 가까운 독주 속에 다른 선수들은 추격 한번 제대로 못한 채 두 손을 들었다. 특히 여자골프 ‘빅3’ 가운데 하나인 캐리 웹(호주)은 자신의 바로 앞 조로 경기한 박세리의 슈퍼샷을 멍하니 쳐다보는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박세리의 16승 내용
연도별성적우승대회
1998년(4승)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자이언트이글클래식
1999년(4승)숍라이트클래식,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삼성월드챔피언십, 페이지넷챔피언십
2000년(0승)-
2001년(5승)유어라이프바이타민스클래식, 롱스드럭스챌린지, 제이미파크로거클래식, 브리티시여자오픈, AFLAC챔피언스
2002년(3승)오피스디포, 맥도널드 LPGA챔피언십, 베시킹클래식

베시킹클래식 최종 성적
순위선수(국적)스코어상금(달러)
박세리-21267(70-68-66-63)18만
안젤라 스탠퍼드(미국)-18270(68-70-66-66)10만9590
캐리 웹(호주)-16272(71-65-67-69) 7만9500
(19)장정 -8280(69-70-73-68) 1만3800
한희원 -8280(72-70-69-69) 1만3800
(26)이정연 -6282(71-72-68-71) 1만410
(38)김미현 -4284(74-68-69-73) 6375
(49)여민선 -2286(70-73-73-70) 4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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