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다음달 13일부터 이틀간 대전 유성구 구성동 KAIST 캠퍼스에서 이른바 ‘사이언스 워(Science War)’라고 불리는 ‘제1회 KAIST-포항공대 학생 제전’을 갖는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스포츠 정기전인 ‘고연전’에 버금갈 것으로 보이는 이 대회는 2000학년도 포항공대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한 한 학생이 선거공약으로 내건 뒤 2년 만에 성사됐다.
이번 대회는 체육 종목에 국한된 고연전과는 달리 과학도들답게 과학을 테마로 한 두뇌전이 주류를 이룬다. 경기 종목으로는 체육경기 외에 해킹, 스타크래프트, 로봇축구, 과학상식 퀴즈대회 등이 마련돼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경기는 해킹대회. 두 대학에서 각각 예선전을 거쳐 선발된 3명 1개조가 출전해 특정의 컴퓨터 서버를 단계별로 침투하는 게임으로 침투 성공에 걸리는 시간을 겨루는 게임이다.
두 대학 총학생회는 올바르게 우승팀을 가리고 철저한 보안유지를 위해 출제와 판정을 안철수연구소에 의뢰하기로 했다. 우승팀에는 100점이 주어진다.
70점이 배정된 스타크래프트 경기도 두 대학의 최고수들이 포진해 있어 경기 결과가 주목된다.
국내에서 처음 시작된 로봇축구대회(70점)도 관심. 두 대학의 로봇축구팀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정상급 수준이어서 과학도들의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두 대학의 우정과 화합을 다지기 위해 축구, 농구, 야구, 마라톤, 줄넘기 등 체육경기(각 70점씩)도 치러진다.
두 대학은 모든 종목의 점수를 합산해 우승 대학을 가린다.
KAIST 안상현(安相鉉·22·물리학과 4년) 총학생회장은 “이번 제전은 앞으로 공동 관심 분야의 연구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동아리 공연과 학술문화 교류의 장도 마련해 경쟁과 우의를 다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공대 정의근(鄭義根·22·컴퓨터공학과 4년) 총학생회장도 “한국 과학기술의 장래를 위해서도 첫 대회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KAIST 박오옥(朴五鈺·48·생명화학공학과) 학생처장은 “사회 전반에 이공계 기피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국내 과학기술을 이끌어 갈 과학도들에게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대회는 비슷한 시기에 포항공대에서 열린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