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오아시스’ 20대에 뜻밖인기

  • 입력 2002년 8월 29일 17시 04분


영화 ‘오아시스’는 20대 관객의 호응 덕택에 2주 연속 흥행 2위를 고수하고 있다.사진제공 유니코리아문예투자

영화 ‘오아시스’는 20대 관객의 호응 덕택에 2주 연속 흥행 2위를 고수하고 있다.사진제공 유니코리아문예투자

‘오아시스’는 힘이 셌다. 전과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오아시스’(감독 이창동)가 개봉 첫 주에 이어 상영 2주째인 지난 주말에도 흥행 2위(서울관객 3만9500명)를 차지했다. 관객 수를 좌석 수로 나눈 좌석점유율은 1위(65%). 현재 상영작 중 빈 좌석이 가장 적었다는 이야기다.

대개 영화의 상영 둘째 주 관객은 개봉 첫째 주보다 평균 20% 가량 줄어들기 마련. 그러나 ‘오아시스’의 둘째 주 관객 감소율은 14%에 그쳤다. 극장 관계자들은 “평일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오아시스’의 관객 수에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흥행이 호조를 보이는 데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20대 관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힘입은 바 크다.

26일 밤 서울 강남의 시티극장. 5개관 가운데 가장 큰 ‘오아시스’ 상영관(340석)을 20대 젊은 관객들이 가득 메웠다. 강남의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가 ‘칙칙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영화가 후반부 비극으로 치닫기 전까지 객석에서는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다. 회사원 김지원씨(26)는 “소재가 무거워서 영화가 어두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대중적”이라고 했다. 영화 촌평을 해보라는 주문에 그의 대답은 “나도 못해본 사랑”.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와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박하사탕’에 대한 관객 반응의 차이점. ‘박하사탕’은 20대보다 ‘386세대’인 30대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영화. 반면 ‘오아시스’에 대해 30대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먼저 의식하거나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은 데 비해, 20대들은 “멜로로 봐달라”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를 그저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강경호 대리는 “좌석 점유율이 별로 높지 않은 서울 주변부의 ‘날개’극장들과 지방의 상영관들은 줄이고 서울 중심부 극장들을 위주로 장기 상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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