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상문/"여보,우리 외식대신 수재의연금 냅시다"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47분


15일은 57번째의 광복절이었다. 가까이에 살고 있는 처남을 불러 아내와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다. 처음엔 비싼 음식점에 갈까 했으나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남쪽에서는 수재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아우성을 치는 마당에 동포애를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가까이 있는 한식집으로 가서 간단히 먹자고 했다. 나는 아내에게 “올해는 어느 해보다 수재민이 많이 생겼으니 그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의연금을 내도록 합시다. 자식들은 물론, 손자 손녀들에게도 뜻을 전해주시오”하고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광복절이면 생각나는 조국통일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내가 백살까지 산다면 통일을 볼 수 있을까?” “이백살까지 산다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르죠.” 아내가 퉁명스레 말을 받는다. “너무 비꼬아 말하지 말아요. 우리는 조국통일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지 않소.”

조국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한에서 먼저 국민이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대화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월드컵 때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화합된 한국민의 그 열기는 어디로 사라지고 영호남 지역감정의 골이 왜 이리도 깊어만 가는지. 정치인들이여, 남북통일에 앞서 망국적인 이 지역감정을 없애는 속 시원한 해법을 보여달라. 요즘 여야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정쟁의 저편에는 이 지역감정이 강력하게 도사리고 있지 않는가.

김상문 서울 강남구 신사동·동서문화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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