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벤츠가 온다” 수입車시장 긴장

  • 입력 2002년 9월 2일 19시 41분


벤츠 미래형 컨셉트카 SLR
벤츠 미래형 컨셉트카 SLR
‘메르세데스 벤츠가 달려온다.’

벤츠가 내년 초 한국 지사인 벤츠코리아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경쟁 수입차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벤츠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딜러인 한성자동차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BMW가 95년 BMW코리아의 설립으로 국내 수입차시장 1위를 거머쥔 것처럼 벤츠코리아의 등장은 수입차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한국시장 석권 준비〓벤츠가 직판체제를 결정한 때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수입차시장이 서서히 되살아난 2000년 말경.

이어 세밀한 시장조사를 한 벤츠는 지난해 보스턴컨설팅에 의뢰해 직판체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벤츠는 당초 BMW코리아처럼 본사가 100% 투자해 벤츠코리아를 세울 예정이었으나 최근 한성자동차와의 합작으로 방향을 바꿨다.

벤츠코리아가 설립되면 벤츠의 판매망, 금융서비스, 차종 등 모든 부문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6곳에 불과한 벤츠판매망이 전국으로 넓혀진다. 또 한성자동차 외에도 딜러를 모집하기로 하고 국내 대기업 3, 4곳과 접촉하고 있다.

또 국내 상륙예정인 다임러크라이슬러(크라이슬러와 다임러벤츠는 98년 합병했음)의 금융부분 자회사 ‘데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데비스가 진출하면 벤츠 고객들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운전사가 있는 중장년용 차’라는 이미지도 바꾼다. 이와 관련해 한성자동차 관계자는 “내년엔 오픈카 모델들이 많이 들어온다”며 “소비자들은 앞으로 ‘젊은 벤츠’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지역을 선점하라〓각 수입차업체들은 서둘러 판매망을 늘리는 등 벤츠의 공세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최근 강원, 제주의 신규 딜러를 선정한 데 이어 판매망을 전국 30곳으로 확대했다.

또 렉서스를 판매하는 한국토요타자동차는 11월 말까지 대구 대전 광주지역의 딜러 선정을 마무리한다. 지방 딜러들이 문을 열면 현재 서울과 부산뿐인 판매망은 전국으로 늘어난다.

아우디 및 폴크스바겐 수입업체인 고진모터임포트는 서울 대구 광주 부산에 있는 전시장 이외에 연말까지 수원 인천 대전에도 전시장을 연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올해 경기 성남시 분당, 광주, 부산 등에 잇따라 전시장을 열었다.

고진모터임포트 안종원(安宗原) 사장은 “전국 어디에서나 편하게 수입차를 사고 정비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7, 8곳의 판매망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알려라〓수입차업체들의 또 다른 마케팅 전략은 ‘제 색깔 알리기’다.

‘수입차는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에게 수입차의 특성과 차이점을 설명한다.

캐딜락과 사브를 수입 판매하는 GM코리아의 김근탁(金根鐸) 사장은 “우리 차를 계속 찾아주는 고정 고객들이 있어야 다른 수입차업체의 공세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는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한다. 주된 타깃은 직접 운전대를 잡는 젊은 비즈니스맨들이다.

BMW의 역동성과 기술력을 강조하기 위해 어떤 광고에도 시골, 자연, 어린이, 가정 등이 나오는 화면은 넣지 않는다. 또 고객들이 30, 40대로 젊은 만큼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이들이 BMW를 매개로 한 모임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모토는 ‘가족을 위한 안전’이다.

볼보의 액세서리 상품엔 망원경, 어린이 미술가방세트 등 유달리 가족 관련 상품들이 많다. V40모델은 국내에선 수요가 적은 투어링카(touring car)이지만 가족 여행 등을 고려한 볼보 고객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고진모터임포트의 폴크스바겐 사업부는 ‘개성과 실용성을 원하는 고객’들을 찾아나섰다.

올해 초 뉴비틀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아트 비틀 콘테스트’를 열어 고객들이 마음껏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또 뉴비틀, 골프, 보라 등 판매가 3000만원대 모델을 내놓으며 가격 거품을 뺀 실용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BMW 김영은 이사는 “벤츠코리아가 처음엔 다른 수입차업체들에 부담이 되겠지만 결국엔 전체 수입차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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