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미의 전시 '불, 중독, 바람'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서 10월6일까지 계속되는 유현미 개인전은 격정적이고환각적이다.
전시는 지하주차장에서 열린다. 계단을 내려가면 컴컴한 공간이 나온다.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주차장 안에 훨훨 타오르는 거대한 불길. 순간, 섬칫한다. 자세히 보니 실제 불이 아니고 불타는 장면 영상물이다.
작가는 3개의 벽면에 이같은 불길 모습을 영상물로 보여준다. 마치 불길 속으로 뛰어든 듯한 느낌이다. 불길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건물 전체를 삼키려는 기세다. 한쪽 구석에선 대형 선풍기가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불기를 향해 쌩쌩 돌아간다. 코 끝으로 향수 냄새가 전해온다.
작가는 그래서 전시 제목도 ‘불, 중독, 바람’으로 붙였다. 시각과 후각, 촉각을 동시에 겨냥한다. 불이 시각이라면 향수는 후각이고 바람은 촉각이다.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관능적이고 환각적이다. 이것이 지하의 검은 공간과 어울려 더욱 도발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불 향수 바람의 이미지가 절묘하게 어울려 색다른 몽환 속으로 빠뜨린다.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찾기보다 편하게 서서 불구경을 하면 된다. 불의 이미지를 새롭게 보여준 작가의 실험적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지하주차장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02-733-8945.
□박선영-변재희展은 19일까지
인근 사간동 갤러리조에서 19일까지 열리는 ‘박선영 변재희 2인전’은 동화적 몽상의 세계다. 변재희는 종이 반죽 돌가루 아크릴안료 등을 혼합해 독특한 질감에 환상적 분위기의 유럽의 성채와 궁전 등을 묘사했다. 동화 속의 한 장면이다.
박선영의 대리석 조각은 마술사의 주문에 의해 만들어진 장난감처럼 동심이 가득하다. 요술항아리, 백설공주의 유리구두, 씽씽 자동차 등 동화적 소재들이 둥글고 부드러운 형상으로 표출됐다. 박선영의 구두를 신고 자동차를 타고 변재희의 성채 속으로 여행하는 듯, 시종 환상적이다. 02-738-1025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