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ABC]<11>심장동맥질환

  • 입력 2002년 9월 8일 17시 21분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최모씨(49·회사원)는 최근 3시간 이상 가슴 중앙부위가 찢어질듯 아파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평소 혈압이 높았고 하루 담배 2갑을 피웠다. 응급실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은 결과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진단됐다. 심장동맥을 촬영한 결과 왼쪽 심장동맥이 막혀 있었다.

최씨는 바로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술이라는 시술을 연거푸 받아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중년 남성의 돌연사 왕국’이란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한국에 안겨준 주범 중 하나인 심장병. 심장병 질환에 의한 사망자는 90년 인구 10만 명 당 10.4명에서 2000년 21.5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특히 50세 이전 심장병 환자의 90%가 남자일 정도로 여성에 비해 남성에 많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동물성 지방섭취의 증가와 사회적 여건이 점차 복잡해지는데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 흡연 등이 심장병을 증가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 교수는 “심장동맥에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 등이 있다”며 “최씨처럼 고혈압과 흡연이 있으면 한가지 원인만 있을 때보다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5배가 증가하며 3가지 원인이 겹치면 10배나 높아진다”고 말했다.

■증상

심장병 중 가장 많은 협심증의 증상은 가슴이 아픈 것이다. 가만히 있을 때는 아무 증상이 없다가 계단을 오르거나 빠른 속도로 걸으면 가슴 중앙부분에 압박감 또는 쥐어 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3∼5분 정도 지속된다. 특히 날씨가 추울 때나 식사 직후에 증상이 잘 나타난다. 협심증이 악화하면 쉬고 있어도 증상이 나타난다.

심근경색은 협심증의 통증과 비슷하나 그 정도가 훨씬 심하고 30분 이상 지속되며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호전된다.

40대 이상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환자의 10% 정도는 통증 없이 소화가 안돼 구토가 나거나 답답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돌연사의 한 원인이 된다.

■치료

나이 증상 검사소견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받는다.

약물치료, 풍선 확장술, 스텐트 삽입을 동맥이나 정맥을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엔 스텐트에다 항암제에 사용되는 약물을 코팅해 시술하는 방법으로 재협착률을 줄이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의 치료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50%를 넘기 때문.

■예방법

동맥 경화의 4대 위험인자는 담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이며 그 외에도 비만, 지나친 경쟁 심리, 스트레스, 운동부족 및 유전적 성향이 있다. 이러한 위험인자를 막는 것이 좋다.

따라서 담배를 즉시 끊어야 한다. 간접 흡연도 동맥 경화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고혈압, 고지혈증 및 당뇨병에 대해서는 정기 건강검진을 통하여 그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아야 하며 몸무게를 적정선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운동을 생활화한다.

걷기, 뛰기, 에어로빅,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의 위험이 훨씬 적다.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되므로 1주일에 적어도 3∼4회 이상 약간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정의 교수, 권현철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돌연사' 주범은 흡연

폐암의 주원인인 담배는 심장병인 환자에게도 마찬가지. 특히 30∼40대 층에서 갑자기 사망하는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인 것으로 나타나 금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심혈관센터 박정의 교수팀이 1996∼2000년까지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인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입원했던 30∼40대 236명을 조사한 결과 81.1%가 애연가였다.

흡연은 심장동맥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요소중 하나. 이는 담배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관 벽에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흡연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좋은 단백성분인 HDL(고밀도지단백)은 낮추며 혈관 속에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나쁜 단백성분인 LDL(저밀도지단백)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성인 남성 흡연율이 28%근처로 떨어져 있고 유럽에서도 30% 정도로 매우 낮지만 최근 한국금연운동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남성 흡연율은 55% 정도로 여전히 심각하다.

흡연자가 금연을 하면 심근경색의 발생은 뚜렷하게 감소한다. 금연하는 순간부터 동맥경화의 위험은 줄어들기 시작하고 담배를 끊고 1∼2년 이상 지나면 담배를 전혀 피지 않은 사람의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도와 비슷해진다.

박 교수는 “비흡연자가 흡연자와 같이 지내면 심장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3배나 증가한다”며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 것은 아무리 늦게 시작해도 절대로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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