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경기 내내 힘이 넘쳤고 심판 판정에 항의도 서슴지 않으며 의욕을 보였다. 반면 언니는 그런 동생의 파이팅에 마치 기꺼이 양보라도 하겠다는 듯 평소답지 않게 담담한 표정이었다.
8일 뉴욕 플러싱메도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테니스대회인 US오픈 여자단식 결승. 톱시드의 세레나 윌리엄스(21·사진)는 2번 시드의 친언니 비너스(22)를 1시간12분만에 2-0(6-4,6-3)으로 가볍게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올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결승에서 모두 비너스를 꺾고 우승한 세레나는 또다시 ‘집안 싸움’을 승리로 이끌며 메이저 3연승을 달성했다. 우승상금은 90만달러. 세레나는 내년 1월 올해는 부상으로 불참했던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대회 3연패를 노린 비너스는 세레나 보다 9개나 많은 10개의 더블폴트와 33개의 에러로 자멸하며 어느새 자신 보다 훌쩍 커버린 동생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함께 몸을 푼 이들 자매는 승부가 끝난 뒤 역대 최다 기록인 2만3164명 관중의 축하 속에서 포옹과 키스를 하며 뜨거운 형제애를 과시했다.
남자단식에서는 미국 테니스의 양대 산맥으로 서른 줄에 들어선 노장 피트 샘프러스(31)와 안드레 아가시(32)가 패권을 다툰다.
17번 시드 샘프러스는 스엥 스할겐(네덜란드)을 3-0으로 눌렀고 6번 시드 아가시는 2연패를 노리던 톱시드 레이튼 휴위트(호주)를 3-1로 제쳤다. 샘프러스는 90년과 95년 이 대회 결승에서 아가시와 맞붙어 모두 이겼다. 상대 전적에서도 19승14패를 기록한 샘프러스의 우위.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