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선 D-100/후보들 과제와 전략]"대세 내편" "역전 자신"

  • 입력 2002년 9월 8일 18시 46분


《대선 D-100일(9월 10일)을 앞두고 각 대통령후보 진영은 한판 승부를 위한 내부 전열정비와 상대방의 본격적인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정적 기반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후보지위마저 위협받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출마선언 및 독자 신당 창당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과제와 비책은 무엇일까.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대표와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대선참여 전략도 함께 점검해 본다.》

▼이회창▼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당내 입지에도 불구하고 병풍(兵風)을 비롯한 민주당의 ‘9대 의혹’ 공세와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부상 등 외부의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이 후보측은 이에 따라 이번 주 중 선대위를 구성한 뒤 민주당의 네거티브전에 맞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을 통해 ‘공세적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선기획단을 중심으로 노 후보에 관한 각종 자료와 정보를 축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의 상승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의 출마선언(17일) 이후 본격화할 후보검증에 맞춰 그동안 모아온 자료를 차례차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또 외부상황에 수세적으로 대처하는 데서 벗어나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국정 비전을 제시하며 ‘대세론’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치 공방은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당직자들에게 맡기고 이 후보는 수해현장 방문 등 ‘민생탐방’을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이미지를 구축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분리전략’에 따른 것이다.

각계 명망가와 40, 50대 초반의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수권능력을 과시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노무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먼저 본선경쟁력에 대한 당 내부의 의구심을 불식시켜 후보 입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가 후보경선에서 승리한 것은 ‘영남 후보의 영남 득표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지만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의 잇따른 참패로 그런 기대는 무너졌다. 당내에서 신당 추진 요구와 후보교체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 후보는 ‘신장개업식’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지만 반노(反盧)진영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노 후보는 하루빨리 신당 문제를 매듭짓고 후보 재선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노 후보측은 신당을 만들어 대선 선대위를 출범시키면 리더십 부재 논란을 잠재우고, ‘민주당〓DJ당’이란 영남지역의 인식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 후보는 또 몇몇 설화(舌禍)에서 비롯된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는 부정적 시각도 극복해야 한다. 이와 관련, 노 후보는 ‘TV토론과 대국민 직접 접촉을 통해 새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노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정치 사회 경제분야에 대한 구체적 각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정몽준▼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인기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질적인 ‘지지표’로 고착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조직을 갖추는 한편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한다. 정 의원은 17일 출마선언을 한뒤 ‘국민통합과 정치혁명’을 모토로 하는 자신의 정책 비전을 체계적으로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출마선언에 이어 신당창당 작업을 가속화해 현역의원 3∼4명과 정호용(鄭鎬溶) 강신옥(姜信玉) 이철(李哲) 최욱철(崔旭澈) 등 전직의원들을 합류시키고 상황을 봐가며 민주당이나 군소정당과의 단계적 통합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그는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네거티브 공세를 포함, 혹독한 검증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정 의원은 자신의 출생 문제 등에 대한 공세에 대해서는 ‘밝힐 것은 진솔하게 밝혀서 공격하는 사람을 무안하게 만든다’는 전략에 따라 시뮬레이션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이와함께 재벌가문출신 대통령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수해현장 방문 등 서민층과의 거리좁히기 등을 통해 ‘초정파 후보’ 이미지 부각 작업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권영길▼

8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진보적인 내용의 공약을 발표, 기성 정당과 차별화에 나섰다.

권 후보는 이날 공약집을 통해 “주식양도차액 과세 및 자영업자 소득파악 등을 통해 고소득·고자산 계층으로부터는 더 많은 세금을 거둬야 한다”며 “특히 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에게 종합토지세와 비슷한 수준의 부유세(富裕稅)를 부과하면 매년 11조원 정도는 더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또 기술과 경력이 같은 노동자가 같은 직종에서 같은 시간 일할 경우 고용형태나 기업규모 등에 관계없이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 공무원노조 합법화, 노동3권 인정, 재벌기업 소유지배구조 개혁, 노동자 소유·경영 참여의 확대 등 민노당이 주장해온 사회개혁 방안들도 공약으로 채택했다.

권 후보는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남·북·미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과감한 군축 △군 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그는 또 사회복지예산을 전체예산의 20% 수준으로 높이고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분담비율을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한동-박근혜▼

이한동씨(왼쪽), 박근혜씨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는 ‘반(反) 이회창(李會昌) 세력’이 참여하는 백지신당에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9월말까지 상황을 지켜본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은 7일 이 전 총리를 만난 뒤 “신당 후보경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측은 “민주당에 개별 입당해 경선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명분없이 이리저리 옮겨 붙는 정치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며 정치개혁의 당위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지만 퇴짜를 놓았다. 그러나 박 대표는 “좋은 사람이 있으면 밀어주겠다”며 연대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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