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은 전기가 들어오자 “한전이 주민들을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전력 공급은 육군 철벽부대가 헬기로 70㎏짜리 소형발전기 11대를 실어 나르고 장병을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전 측은 “마을 진입로 곳곳에 산사태가 나고 도로가 끊겨 평상시 복구 장비로는 마을에 들어가기 어렵다”며 고립마을 지원 계획을 미뤄왔다.
이날까지 강원도 내 5822가구는 가스나 난방 보일러를 사용하지 못하고 밤이면 촛불을 켜고 지내고 있다.
한전이 이같이 지방자치단체에 복구 지연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KTF SK텔레콤 LG텔레콤 등 무선통신 회사들은 책임을 유선통신 교환기를 운용하는 KT와 한전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응급복구 단계에서 고립 마을에 전기와 유선통신이 끊어지면 주민들이 외부에 구조를 요청할 수단은 무선통신뿐이다. 무선통신까지 끊어지면 고립 지역에 환자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이다.
무선통신 회사들은 동해시와 삼척시가 위성 전화망을 가설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기지국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고 교환기가 망가져 당분간 통화가 어렵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도 응급복구 지연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다.
둑이 붕괴된 강릉시 장현 동막 칠성 오죽헌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업기반공사측은 강원도가 둑에 대한 긴급 복구와 준설공사를 요청했지만 농림부의 지침이 없으면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고장난 수리 시설을 그냥 두고 있다.
농림부도 저수지 붕괴로 하천 주변의 농경지가 유실되고 농민들이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져 있는데도 복구작업을 독려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책임 떠넘기기로 고립지역 주민들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철길 수십리를 걷거나 산길을 타고 마을을 떠나고 있다.
고립 지역에서 진료 활동 중인 국군의무사령부 이주호 중위는 “하루 4시간씩 걸어 강원 양양군의 18개 마을을 찾아갔더니 병든 노인들만 방안에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강릉시의 한 공무원은 “산골 마을 주민들이 이웃들의 생존을 확인하느라 며칠째 서로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목이 다 쉬었다”고 전했다.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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