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뉴욕 플러싱메도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US오픈 남자단식 결승. 한 시대를 풍미했던 테니스 양대 스타 피트 샘프러스(31)와 ‘영원한 라이벌’ 안드레 아가시(32·이상 미국)가 우승을 다퉜다.
주니어 시절을 거쳐 프로 무대에서는 89년 로마에서 처음 싸운 뒤 통산 34번째 맞대결에서 샘프러스는 아가시를 3-1(6-3,6-4,5-7,6-4)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최고 시속 212㎞의 강력한 서브로 33개나 되는 에이스를 올렸고 84개의 위닝샷을 터뜨려 30대에 접어든 나이를 의심하게 했다.
샘프러스는 26개월의 기나 긴 무관 행진에 따른 은퇴설을 뚫고 자신이 갖고 있는 메이저대회 단식 최다우승 기록을 14회로 늘렸다. 2000년 7월 윔블던 우승 이후 출전한 33개 대회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으나 자신의 텃밭인 이 대회에서 통산 5번째 우승컵을 안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셈. 우승 상금은 90만달러. 1990년 이 대회 결승에서 아가시를 꺾고 최연소(만 19세) 우승 기록을 세운 뒤 12년이 흘러 1970년 켄 로즈웰(당시 35세) 이후 최고령 우승자가 되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아가시와의 상대전적은 20승14패.
백핸드 발리로 ‘챔피언 포인트’를 따낸 샘프러스는 관중석으로 뛰어올라가 임신 중인 여배우 출신 아내 브리지트 닐슨과 진한 키스를 하며 마음 고생을 후련하게 털어 냈다.
아가시 역시 같은 테니스 스타였던 아내 슈테피 그라프의 안타까운 응원을 받았으나 샘프러스의 파워 넘치는 서브 앤 발리 앞에 힘을 잃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