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물]박용성 상의회장 “재벌 가족경영으론 미래없다”

  • 입력 2002년 9월 10일 17시 32분


“패밀리 비즈니스(FB)로는 한국경제에 미래가 없다.”

거침없는 직설(直說)로 정부정책을 공격, 관료들을 당황케 하던 박용성(朴容晟·62)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번엔 자신을 포함한 재벌들을 향해 일격을 날렸다.

박 회장은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가업처럼 내려오는 사업을 가족들이 나눠 경영하는 FB가 외환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오너 여부와 상관없이 가장 유능한 적임자에게 가업을 맡겨 부(富)를 유지하는 것이 비즈니스 패밀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 교훈은 두산그룹 컨설팅을 맡은 매킨지가 강조했던 대목”이라며 “재벌 2세들을 볼 때마다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론 등의 회계부정 사건 탓에 미국식 경영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도 미국 기업의 경영투명성은 세계 최고이며 한국기업이 본받아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역설했다.

정부의 동북아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과 관련, 박 회장은 “외국인들이 ‘벌판에서 뭐하겠냐’고 농담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땅값이나 세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서양식 주택을 늘리고 외국인 전용 교육시설을 세우는 것이라는 주장.

박 회장은 박두병(朴斗秉) 두산그룹 창업자의 3남으로 형인 박용오(朴容旿) 회장, 동생인 박용만(朴容晩) 전략기획본부 사장 등과 함께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이뤄낸 주인공.

국제유도연맹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체육계 활동도 왕성하다. 사진촬영과 인터넷 서핑이 취미. 서울대 상대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내년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추대설이 솔솔 흘러나오는 것과 관련, “2006년 5월까지 상의 회장직에만 전념할 것”이라며 일축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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