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출신으로 법원행정처차장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역임한 김 총리서리는 비교적 무색무취한 타입으로 평가되고 잇다. 따라서 ‘파격 발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장상(張裳) 전 이화여대총장, 장대환(張大煥) 전 매일경제신문사장 등 두 전직 총리서리의 실패 경험이 거울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 국정을 안정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회 임명동의 통과’가 인선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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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측은 특히 김 총리서리가 91년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 때 역대 최고의 지지를 얻은 ‘명망있는 법조인’ 출신이고 대법원 및 정부 공직자윤리위원장, 신문윤리위원장을 역임해도덕성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또 다른 모험을 시도할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총리서리의 기용은 연말 대선 관리를 의식한 측면도 강하다. 청와대측은 김 총리서리가 선관위원장으로서 15대 총선 등을 관리한 경험이 있는 데다 정치적 색채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대선 공정관리의 적임자라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 등 정치권도 김 총리서리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만큼 김 총리서리가 국회 임명동의를 받아 정식으로 취임할 경우 내각의 정치적 공정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새로운 적임자를 구하는 데 많이 애를 썼다”고 말해 김 총리서리를 낙점하기까지 고충이 적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실제 흠결없는 인사를 찾기 위해 각계 명망가들을 대상으로 인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인사들이 병역 재산증식 등 도덕성에 ‘결격 사유’가 드러나는 바람에 청와대측이 중도포기했다는 후문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사전 검증결과 하자가 없는 분도 인사청문회에 서지 않겠다며 고사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장상 전 서리 이후 지금까지 무려 50여명의 인사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절차를 거쳐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김 대통령은 지난 주말 김 총리서리를 임명키로 마음을 굳히고 비서실에 2차 검증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2차 검증 결과 김 총리서리의 장남 병역 면제와, 김 총리서리가 삼성전자 이사로 재임중인 점 등 몇가지 ‘특이 사항’이 발견됐으나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은 9일 김 총리서리에게 총리지명 사실을 통보했다. 박 실장은 “김 총리서리는 완곡하게 고사하다 결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한뒤 수락했다”고 밝혔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