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는 ‘영화광’?
이 책은 30년 넘게 서양문명의 모태인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 역사현장을 글로 옮겼던 저자가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며 느꼈던 단상들을 엮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그는 영화로 인해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 ‘트로이의 헬렌’을 관람한 뒤 호메로스 영역본을 읽게 됐고 지중해 문명에 빠져들었다.
‘나의 인생…’에서 그는 영화 혹은 배우를 통해 이 세상과 인간이 가져야할 미덕을 이야기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바라보며 “위대한 허상만이 현실을 넘어 영원히 살아갈 수 있기에 꿈속의 스타를 직접 만나고 싶지 않다”거나, 프랜시스 코폴라의 명작 ‘지옥의 묵시록’에 대해 “전쟁 영화는 ‘컷!’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없는 퍼포먼스의 세계”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꿈 꾸는 시간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제도나 사상이 나온다’는 저자의 의미 있는 발언도 만날 수 있다. 멋쟁이 배우 게리 쿠퍼, 영화 ‘로마의 휴일’ ‘로미오와 줄리엣’ ‘졸업’ 등 사진자료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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