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위원회가 생긴 뒤에도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결국 정부의 정책결정에 ‘들러리’에 그칠 것이란 의구심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청와대와 정부는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일정도 공개하지 않은 채 열려온 경제장관 간담회가 세간의 의심대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제쳐둔 채 공적자금 투입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관치 행태’를 계속해 왔음이 국정감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
그것도 공적자금의 집행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팀장이 국감자료용으로 제출한 ‘금감위 지시사항’이라는 대외비 문서를 통해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이 자료는 올해 4월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던 대우자동차 해외법인 채권 4900만달러(약 583억원)를 공적자금 손실로 처리하라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 결정사항이 금감위 지시형태로 하달돼 자산관리공사의 집행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무기관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경제장관 간담회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또 이를 받아 금감위가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조차 까맣게 몰랐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자산관리공사가 이 자료를 국회에 내놓은 직원에게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사실이다. 주무기관을 제쳐놓고 비밀회의를 열어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장관들과,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국감자료로 제출한 자산관리공사 간부 중 누구의 잘못이 더 무거운 것인지 따져볼 일이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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